울먹이며 카메라 정면 응시한 케빈 나, 한국어로 한 말

입력 2019-10-07 16:15
케빈 나가 7일(한국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멀린 TPC에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현장에서 이뤄진 NBC방송과 인터뷰 도중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국어로 말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 화면촬영

“누가 뭐래도 당당하고 행복합니다. 선수는 입을 다물고 골프채로 말해야 더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금니를 물고 이를 갈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미교포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36)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승을 거두고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방송사와 영어로 인터뷰하던 중 양해를 구하고 사생활 논란에 대한 입장을 한국어로 말했다.

케빈 나는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멀린 TPC(파71·7115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을 최종 합계 23언더파 261타로 마친 뒤 공동 1위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18번 홀(파4)에서 가진 연장 2차전에서 승리했다. 연장 1차전을 버디로 끝내고 같은 홀에서 이어진 2차전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 보기를 친 캔틀레이를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케빈 나의 개인 통산 4승이다. PGA 입회 7년 만인 2011년에야 투어 첫 승을 수확한 대회가 바로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이었다. 지난해 7월 밀리터리 트리뷰트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통산 2승을 수확할 때까지 다시 7년을 기다렸던 그는 지난 5월 찰스 슈와브 챌린지를 정복한 뒤 5개월여 만에 다시 정상을 밟았다.

케빈 나가 7일(한국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멀린 TPC에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아내, 딸과 부둥켜안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유독 부침이 많았다. 국내 종합편성채널 가족 예능에 출연해 뒤늦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지만, 5년간 수면 밑에서 떠돌던 성추문이 뒤늦게 드러나 발목을 잡혔다. 2014년에 파혼한 옛 약혼녀는 지난 8월 “케빈 나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케빈 나는 곧 입장문을 내고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 직후 둘째를 얻었고, 이날 2019-2020시즌 첫 승까지 수확했다.

케빈 나는 우승 현장에서 이뤄진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어로 말하던 그는 양해를 구한 뒤 단호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한국어로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의 앞에 세 살 난 딸이 있었다. 케빈 나는 인터뷰에 앞서 아내와 딸을 부둥켜안고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