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의 ‘고위직 공개채용’ 10자리 중 6개는 공무원 출신

입력 2019-10-07 15:12 수정 2019-10-07 17:51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개방형직위’로 채용한 고위공무원단(고공단·1~2급 공무원) 10자리 중 6개를 전·현직 공무원 출신이 차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3~4급을 포함한 전체 개방형직위에서도 반 이상이 공무원 출신이었다.

개방형직위는 정부가 내·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폐쇄적 공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1999년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무원 출신 선호 경향이 뚜렷해 ‘개방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7일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정부 부처별 5개년 개방형직위 전수 자료를 입수했다. 개방형직위를 뽑는 44개 부처별 공무원·민간 출신 수를 조사한 수치다. 1~2급 고위공무원과 3~4급 과장급 공무원 자리 수를 구분했다.

5년 합산 개방형직위 1629자리 가운데 912개(56%)를 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 그나마 최근 5년 동안 서서히 낮아진 수치가 이 정도다. 2014년에는 전체 개방형직위 288개 가운데 224개(78%)가 공무원 출신에게 돌아갔다. 2016년이 돼서야 공무원 출신 비율(48%)이 50% 이하로 처음 내려왔다. 단 개방형직위는 임기가 있기 때문에 5개년 자리 합산 수치가 곧 채용 인원 수는 아니다.

5년 합산 개방형직위가 10자리 이상이었던 부처 가운데 공무원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기획재정부(89%)였다. 산림청(83%)과 외교부(82%)가 뒤이었다. 10자리 이하인 부처를 포함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개방형직위 5자리를 모두 공무원 출신으로 채웠다.

공무원 출신 쏠림 현상은 고공단에서 더 두드러졌다. 5년간 고공단 개방형직위 721자리 중 434개(60%)를 공무원 출신이 점유했다. 민간 몫은 287자리(40%)에 그쳤다. 특히 2014년에는 143자리 중 110개(77%)가 공무원 출신 차지였다. 지난해 145자리 중 78개(54%)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과장급에선 민간 개방 비율이 약간 높았다. 전체 합산 908자리 중 478개(53%)가 공무원 출신이었다. 고위직의 민간 개방 속도가 과장급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개방형직위는 과장급 미만은 뽑지 않는다.

공무원 출신 비율이 개방형직위의 반을 웃도는 수치마저도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인사처는 민간 개방 진척이 더디자 2015년부터는 아예 민간만 뽑는 ‘경력개방형직위’ 자리를 따로 만들었다. 일종의 ‘민간인 쿼터제’를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민간인 출신이 경쟁하는 기존 개방형직위 체제에선 여전히 공무원 출신이 크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는 경력개방형직위를 뺀 일반 개방형직위만의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직을 위해 개방형직위에 도전하는 민간인과는 달리 공무원들은 주로 승진이나 경력관리를 노린다. 5급은 4급, 3급은 고공단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부처별 인기 실·국장 자리, 자신의 주특기 자리로 이동할 수도 있다. 공무원 출신들이 가장 많이 채용된 곳은 공무원 내부 조직을 감시하는 감사관·감사담당관 자리였다.

제도가 부처 내 ‘회전문 인사’로 악용될 여지도 크다. 정부 부처에서 개방형직위로 채용한 공무원 출신 중 내부직원 비율은 약 80%에 이른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출신이 채용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공무원 출신은 조직과 실무를 잘 이해하는 반면 민간 출신은 기존 공무원들과 갈등을 빚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애초 급여 등이 높지 않아 능력있는 바깥 인재들이 지원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처 인사담당자는 “공무원 출신을 뽑는 게 일하기는 확실히 편하다”며 “다만 원래 제도 취지가 ‘민간의 역동성을 공직사회에 이식하자’는 것인 만큼 민간 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개방형직위 5개년 점유 현황> (단위: 개) <자료: 김영우 의원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