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자기 돈으로 10억대 아파트를?’ 정부, 수상한 거래 대대적 조사

입력 2019-10-07 14:43 수정 2019-10-07 15:10
연합뉴스

10대 A군은 최근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전세보증금 5억원에 자기예금 6억원을 자금조달 계획으로 제출했다. 소득 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로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다.

B법인은 22억원 상당을 건물 샀다. 전액 차입금으로 대금을 치뤘다고 보고했다. 역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다.

서울 집값이 과열 되자 정부 부처와 서울특별시 등 무려 32개 기관이 이처럼 최근 성사된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를 샅샅이 들여다본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서울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서대문구에 맞춰진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행정안전부·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 등과 11일부터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정상적 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입금이 많이 낀 거래, 현금 위주 거래, 가족 간 대출 의심 거래뿐 아니라 업·다운·허위계약 의심 거래, 미성년자 거래를 포함한 편법증여 의심 거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관들은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속칭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서대문구 등 8개구에서 이뤄진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8월 이후 실거래 신고된 건을 살피되, 필요하면 8월 이전 거래까지 파헤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조사 절차는 이상 거래 조사 대상 추출, 소명자료 제출 요구, 추가요구·출석 조사 순으로 이뤄진다.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관할 구청은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조사 결과를 내용에 따라 금융위·금감원·행안부(편법·불법대출)·경찰청(불법전매)·국세청(편법증여) 등 해당 기관에 즉시 통보해 조치를 요청한다.

이번 합동 조사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내년부터는 국토부 중심의 '상시 조사체계'가 단계별로 운영될 예정이다. 상시 조사는 실거래 신고 내역을 항상 모니터링하다가 국지적 시장 과열,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이상 거래 등이 확인되면 곧바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내년 2월 21일 이후 국토부 직권의 상시 조사가 허용되면, 국토부는 감정원과 함께 ‘실거래 상설조사팀’을 꾸려 전국의 이상 거래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이상 거래와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역대 합동 조사 중 가장 많은 32개 기관이 참여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 모두에게 자금조달 내역과 대출 증빙자료, 통장 사본 및 입출금표, 현금조성 증명자료 등 소명 자료를 요구한다. 소명자료가 불분명한 경우, 추가 소명과 출석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 유무를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