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술제 ‘소녀상’ 전시 재개 D-1에도 ‘예측 불허’

입력 2019-10-07 14:40 수정 2019-10-07 14:41
지난 8월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개막 사흘 만에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서 8일까지 전시 재개키로 예정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기한을 하루 앞두고도 전시 재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 극우세력의 협박·위협으로 중단 사태를 맞았다가 언론·시민단체·예술가들이 반발해 전시 재개를 이끌어냈지만, 또 다시 안전확보 등의 이유로 예측 불허의 상황이 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7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그 후’ 기획전이 협의 기한인 8일 재개될 수 있을지 예단을 불허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 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 재개를 위해 성심 성의껏 협의를 해나가고 싶다”면서도 전시 재개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관람객) 안전 확보를 어떻게 할지, 수하물 (검사는) 어떻게 할지 등을 현장에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츠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6일까지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협의가 곧 타결될 수 있지만 아직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며 “일본 및 해외 작가들은 8일에 전시 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이콧한다고 해 트리엔날레가 거기서 끝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사히는 기획전 측은 ‘전시의 일관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실행위원회는 안전 확보를 중시하고 있어 교섭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1일 개막한 예술제에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전시하면서 이목을 끌었지만 우익의 협박으로 사흘 만에 중단 사태를 맞았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고 국내외 예술가, 언론,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랐다. 이에 아이치현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는 이달 6~8일쯤 전시를 재개하기로 협의했다.

오무라 지사는 다만 4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범죄와 혼란 방지를 위한 양측 협력’ ‘안전 유지를 위한 사전예약제 실시’ ‘개막 때의 전시내용·일관성 유지 및 필요에 따른 관람자 교육 별도로 실시’ ‘아이치현은 관람자에게 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서 내용 등을 미리 전달’ 등이다.

하지만 소녀상 전시 재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한 항의가 또 폭주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무라 지사는 지난 2일 “지난달 25일 소녀상 전시 재개 방침을 표명한 후 항의전화가 하루 평균 약 20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가 중단된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영화 제작자 탓소 베넷은 일본 정부가 트리엔날레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에 대해 “작품 자체의 전시를 금지하면 비판을 받으니 보조금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손을 쓴 것”이라며 “다른 형태의 검열”이라며 비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베넷은 소녀상 전시 중단 소식을 듣고 제작자인 김운성·김서경 작가에게 연락해 같은 작품을 구입했다. 그는 검열 등으로 전시되지 못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소녀상을 내년 6월 스페인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