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오히려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신이 너무 말랐다고 느끼는 사람은 정상 체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3배 넘게 높았다.
또 실제 보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신체 이미지의 왜곡과 편향이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자존감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높여 우울증 발병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체중 유지와 함께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바르게 인식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지적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내분비내과 홍수민 교수팀은 2014년과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만1782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인 기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에 따라 저체중(BMI 18.5 미만), 정상~과체중(BMI 18.6~24.9), 비만 1단계(BMI 25~29.9), 비만 2단계(BMI 30 이상) 등 4개그룹으로 나눠 우울증 유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체중 그룹에서 우울증 비율이 11.3%로 정상 체중 그룹(6.2%)보다 배 가량 높았다. 비만 2단계 그룹은 우울증 비율이 8.3%로 저체중 그룹보다 낮았다. 전체 참가자의 우울증 비율은 6.5%였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저체중 그룹이 1.94배로 비만 그룹(1.38배)보다 높았다. 영향 인자를 보정한 분석결과도 저체중 그룹이 2.38배로 비만 그룹(1.21배)보다 높았다.
홍수민 교수는 “저체중이 비만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높은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체중 그룹 특성은 여성과 19~39세의 젊은 연령층 분포가 가장 높고 암 동반율이 제일 높았다”며 “사회활동이 많은 젊은 연령층은 스트레스를 많이 겪을 수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체형 관리, 다이어트에 스트레스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저체중 그룹에서 자신이 느끼는 신체 이미지에 따라 우울증 위험도를 분석했다. ‘자신이 매우 말랐다’고 느끼는 경우 우울증 위험은 3.06배로 가장 높았다. ‘약간 말랐다’로 인식한 경우 1.46배, ‘약간 뚱뚱하다’ 1.16배, ‘매우 뚱뚱하다’ 2.3배로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굶거나 공복을 유지하는 경우가 운동이나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 보다 모든 그룹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심각했다.
홍 교수는 “어린 시절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너무 마르거나 뚱뚱하다고 느끼는 경우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며 “자신이 느끼는 왜곡되거나 편향된 신체 이미지 인식은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비만학회지(JOMES)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