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학교’ 이해인 “피부에 병이 나는데도…인권 없었다”

입력 2019-10-07 11:10 수정 2019-10-07 11:16
이해인 인스타그램

Mnet 오디션프로그램 ‘아이돌학교’ 출신 이해인이 촬영 내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촬영했고, 경연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데뷔조 내정자’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제작사인 CJ ENM 소속 계열사를 통해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예계 활동 대신 연습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해인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곳에 글을 쓴다”며 7일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올렸다. 그는 “실제로 (투표수) 조작이 있었는지를 저는 알 수 없다. 조작 여부가 제 삶에서 중요한 부분인지도 잘 모르겠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면서도 “(제작진으로부터) 예선에 참석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MBC, 동아일보 등은 아이돌학교 출연자 41명을 뽑는 예선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3000여명의 지원자 중 방송에 출연할 41명을 가려내는 ‘공개 오디션’이 열렸지만, 출연자가 이미 내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3000여명의 일반인을 사실상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41명 중 37명은 예선을 거치지 않고도 출연 기회를 얻었다. 이해인도 예선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추후 상황에 변동이 생겨 예선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인은 이와 관련 “만약 제작진분들이 (출연자 41명) 모두가 예선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싶으시다면 그 친구들의 1차 오디션 영상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방송날짜와 실제 합숙 시작 일자는 엄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본선 경연 과정도 공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해인은 “‘미스터미스터’ 경연 당시 팀 내에서 1등을 뽑는 방식이었는데, 경연 당일 무대 위에서 팀 내 대결이 아닌 팀과 팀 대결로 룰이 바뀌었다”면서 “라이브로 댄스곡을 소화한 팀과 달리, 립싱크로 경연을 한 팀도 있었다”고 했다. 또 “신곡 미션 당시 저를 떨어트린 심사위원 분이 ‘제작진이 너를 반대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돌학교에서 떨어지기 전날 데뷔가 유력하지만 본인은 데뷔를 하기 싫어했던 특정 참가자를 불러내 (제작진이) 달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다음 날 예상 그대로 저는 11등으로 탈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열악했던 촬영 환경도 언급했다. 이해인은 “5월쯤 경기도 양평 영어마을에 들어가 마지막 생방송 날까지 단 하루도 외부에 나온 적이 없었다. 휴대폰도 압수당했고, 생필품은 한 달에 1번 정도만 CJ 계열 드럭스토어에서 살 수 있었다”며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피곤해서, 아파서 그 시간을 놓친 친구들은 영어마을 내 매점이 있었음에도 가지 못하고 굶었다”고 털어놨다.

이해인은 “1달에 한 두번 학교를 가는 친구들은 옷 안에 몰래 음식을 숨겨왔다가 몸수색 과정에서 빼앗겼다. (촬영 의상으로 버티기에) 날씨가 너무 추워지자 친구들의 항의가 많아졌고, 결국 부모님이 보낸 택배를 딱 한 번 받을 수 있었다. 제작진 분들이 시켜먹고 남긴 음식을 저희는 몰래 가져와 먹기도 했다. 촬영 준수 시간을 지키지도 않았고, 피부에 병이 나는데도 제작진은 창문 하나 없는 스튜디오에서 자라고 강요했다”면서 “인권이라는 것이 없는 촬영이었다”고 주장했다.

방송 중반 CJ ENM 계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던 이해인은 탈락 다음 날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논란이었던 투표수 조작에 대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네가 실시간 검색어에 떠 있지 않느냐. 네가 승리자다’라고 해명하더라”면서 “절 위한 팀을 만들어 주겠다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던 드라마와 여러 일도 다 시켜주고 연습실에 방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고 한다. ‘아티스트 계약’을 했음에도 연습생처럼 데뷔 준비만 했다는 게 이해인 측 주장이다. 또 다른 경연 프로그램인 ‘프로듀스48’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지만 소속사 측에서 반대했다고 했다.

이해인은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해서 잃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말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를 낳고 훗날 후회하게 될까 봐 사실만을 기록한다”며 “(아이돌학교 참가자들은) 추측할 뿐 그 누구도 확신하거나 알 수 없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다만 제가 아는 것은 3000명 중에서 뽑힌 41명이 경연에 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