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탄과 카봇 등장 VR영상…소아 환자 X선촬영 공포 줄인다

입력 2019-10-07 10:20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은 어린이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한다. 특히 방사선(X선) 촬영 검사를 받을 때 낯선 기계와 검사실 환경에 위협을 느낀 아이가 울거나 몸부림 치면서 검사 과정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일부 심한 아이들은 진정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흉부 X선촬영 전에 이런 소아 환자들에게 친숙한 만화영화 캐릭터가 나와 검사 과정과 방법을 설명하는 가상현실(VR) 영상을 시청하게 했더니 불안과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상 체험에 특히 몰입도가 높은 소아 환자들에게 수술이나 검사 전 VR 교육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유정희·박진우 교수와 영상의학과 최상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소아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3분 분량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환자에게 보여주고 그 효과를 측정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소아과학 저널(JAMA 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조명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2018년 7~9월 4~ 8세 어린이 환자 50명에게 VR 영상을 통해 검사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했고 49명의 소아 환자에게는 영상 시청 없이 구두로 검사 과정에 대한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두 그룹이 검사 도중 보인 불안감 지표(OSBD)를 비교한 결과 수술 전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불안감 지수가 5점으로 높았다. 반면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2점에 그쳐 불안감이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불안을 보인 환자 비율도 대조군에서는 48%에 달했던 반면 VR군에서는 22.4%에 불과했다.
0SBD는 행동 불안감 관찰 지수로 높을수록 불안감이 높으며 30점 만점으로 계산한다.

전체 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대조군의 경우 75초, VR그룹의 경우에는 55초였다. 재촬영 빈도도 대조군에서 16%, VR군에서는 8.2%로 나타나 VR 영상을 보여줬을 때 검사 시간이 절약되고 불필요한 재촬영이 줄어드는 등 검사 과정이 뚜렷하게 개선됨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VR 업체와 함께 제작한 VR 영상은 국내 애니메이션 ‘헬로카봇’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주인공인 차탄과 카봇이 검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기계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검사 전에 미리 알려주면서 환자가 긴장하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독려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성희 교수는 “3D 및 360도 형식으로 제공되는 가상현실 체험은 소아 환자가 검사 과정을 미리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게 도움으로써 진정제 등 약물을 쓰지 않고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정희 교수는 “최근 의학 분야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임상 현장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 추세로, 특히 VR 체험에 몰입도가 높은 소아 환자들은 수술이나 검사를 받기 전 VR 교육을 통해 불안도를 감소시키고 동시에 치료 및 검사 프로세스까지 개선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