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부의장이 ‘실무협상 결렬은 北 계산된 행동’이라 한 이유

입력 2019-10-07 07:14 수정 2019-10-07 09:50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미 실무협상 결렬 배경에 대해 북한의 계산된 행동으로 3~4주 안에 다시 실무협상이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협상이 끝난 직후 북한이 준비된 성명서를 읽었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이는 이미 평양에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정 부의장은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북미 실무협상 배경과 전망 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기 와서 접한 뉴스 중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며 “협상이 끝나고 30분 후 대사관에 도착해 바로 준비된 성명서를 읽었다. 그렇다면 점심때 이미 적절하게 기회를 봐 이 판은 결렬 형식으로 보고 돌아오라 하는 지시가 평양에서부터 내려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한 새 계산법에 대해 정 부의장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으로 최종적 비핵화로 끝내자는 것”이라며 “핵시설 동결 또는 핵무기 봉인 및 반출, 거기에 대한 상응 조치를 미국이 어떻게 해 주느냐에 따라 단계적으로 나가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일단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그다음에 핵 투하 수단, 핵기술, 이 다섯 가지 전체를 한꺼번에 언제까지 완전히 내놓겠다. 그게 빅딜이라는 거다”라고 한 정 부의장은 “타결이라는 말을 하지만 소위 엔드 스테이트를 먼저 분명히 하고 그걸 이행하는 과정은 동시적이자 병행적으로 가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하노이회담에선 동시적‧병행적 이행방식이 없었다. 하노이회담이 깨진 뒤 나온 얘기여서 북한에 희망을 줬다”고 한 정 부의장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단계적·동시행동이었다. 그러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착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이 내놨다고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해 정 부의장은 “엔드 스테이트를 완전히 합의하기 어려우면 일단 핵 동결로 시작하고 거기에 대해 석탄이나 석유 제품 수출하는 걸 3년간 유예해 줄 수 있다. 핵 동결이 유지되는 동안. 핵 동결 다음 협상을 하자는 식으로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북한은 지난 8월 있었던 GPX시뮬레이션 훈련이나 F-35A스텔스 전폭기 등 한반도에 전략장비들을 가져오지 말라. 그 다음에 최소한 내년 훈련은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 달라는 얘기를 아마 했을 거”라고 추측한 정 부의장은 “답이 안 나오니까 석탄, 석유제품, 말하자면 큰 덩어리를 기대하고 갔는데 조그마한 선물로 맞바꾸자는 식으로 하니까 계산법이 안 맞는다, 기대에 어긋난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전에 두세 시간 정도 만나보니까 이게 당장 오늘 큰 성과는 기대할 것 없고 오히려 거꾸로 세게 지금 우리가 한번 벼랑 끝 전술을 써서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꿀 수 있도록 밀어붙이겠다는 식으로 보고하지 않았겠는가”라고 한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했을 거고 결렬에 대비한 성명서를 만들고, 그건 계산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그런 점에서 2주 바로 후에는 안 되겠지만 3주나 4주 안에 북‧미가 다시 실무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이 추진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10월 말 직전에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