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윤모씨, ‘화성 8차 사건’ 불가능…계속 억울해했다”

입력 2019-10-07 06:51 수정 2019-10-07 11:55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의 범인 윤모씨가 “억울함을 풀겠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하다가 출소한 인물이다. 최근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했다”고 주장하면서 윤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씨의 가족은 6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윤씨가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이후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며칠 저녁 잠을 안 재우고 (심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잠을 안 재워서 못살 것 같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장 검증 역시 엉망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해자 집의 담을 넘는 상황을 경찰 지시대로 따라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특히 윤씨가 소아마비 장애 때문에 범행이 불가능했을 거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윤씨 가족은 “(윤씨가) 몸 한쪽을 거의 못 쓴다. 한쪽은 꼭 손을 짚고 걸어 다녀야 할 상태”라며 “상체 힘이 좋다고 해도 상체만 가지고 될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씨는 이춘재가 8차 사건의 범인도 자신이라고 말한 이후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는 체모 8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체모에 카드뮴이 다량 함유돼 있는 점에 주목했다. 중금속에 노출된 공장 직원이 범인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당시 윤씨는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또, 정밀감식 결과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경찰은 B형 남성 450여명의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고, 국과수는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을 통해 윤씨 체모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일치한다고 결론내렸다. 윤씨 역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그러나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말을 바꿔 줄곧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 수감생활하던 중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게 아니다. 살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에게도 자신은 8차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윤씨를 검거했던 형사들은 이춘재의 자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한 퇴직 경찰은 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8차 사건의 현장 증거물인 정액, 음모 분석 결과 용의자는 B형이었다. 피해자가 숨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증거물이 오염되지도 않았다”며 “이춘재가 8차 사건 범인이라면 왜 현장에서 이춘재의 혈액형인 O형이 아니라 B형이 나왔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범행 현장에서 윤씨의 지문도 나왔다. 윤씨가 소아마비 때문에 다리는 불편하지만 팔 힘이 세 충분히 담을 넘을 수 있는 것도 확인했다”면서 “당시 윤씨가 범행 현장인 A양의 방도 정확하게 지목했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