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을 이용한 TV(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업계가 케이블TV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케이블TV 업계 1·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 CJ헬로와의 M&A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내면서 향후 유료방송 시장의 구도가 이통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 등에 전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고서에는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저해해지 않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에 대한 항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 M&A 과정에서 공정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SK텔레콤이 3년 만에 케이블TV 사업자 합병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SK텔레콤은 티브로드의 모회사인 태광산업과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현실화되면 SK텔레콤이 합병법인의 지분 74.4%를 가져가면서 1대 주주가 되고, 태광산업이 지분 16.8%로 2대 주주가 된다.
SK텔레콤이 예정대로 티브로드를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약 777만명으로 점유율 23.9%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1위 사업자인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 31.1%와 격차도 크게 줄어든다. LG유플러스 역시 CJ헬로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점유율이 24.5%로 뛰어오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서도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오면 유료방송 업계는 이통사 ‘3강’ 구도로 재편된다. 3사 점유율이 유료방송 시장의 80%에 육박하게 되면서 통신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유선상품 시장에도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가 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이 포함된 결합 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입자 고착화’가 현실화되고, 요금인상을 불러오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결합 판매하기 시작한 2010년 당시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점유율은 2.3%였지만, 지난 8월에는 13.7%로 급증했다.
공정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SK텔레콤에 ‘교차판매금지’ 등을 결합 승인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교차판매가 금지될 경우 티브로드가 가진 17개 유료방송 권역에서 SK브로드밴드는 IPTV, 티브로드는 케이블TV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 합병 법인이 탄생해도 3년여간 판매 영업을 따로 해야 해 일각에서는 합병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로서도 결합상품을 통한 요금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이러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정위가 내달 초쯤 전원회의 안건에 올려 의결하게 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 건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다음 주중 심의·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