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주방적공장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입력 2019-10-07 05:01

‘청주 가경동 방적공장 살인사건’ 피해자 박모(당시 17세)양의 부모는 6일 이춘재(56)의 자백 소식을 듣고 “지금이라도 진범이 잡혀서 다행이지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이춘재가 제대로 처벌받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양 부모는 사건 당시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했던 박군(당시 19세)을 지금껏 진범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했다.

6일 청주 자택에서 만난 박양 아버지 박모(84)씨와 어머니 정모(77)씨는 1991년 1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날 셋째 딸의 귀가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동네 방송에 눈을 떴다. 부부는 가경동 택지조성 콘크리트관이 있는 장소로 부랴부랴 달려가 그곳에서 양손이 결박돼 숨져 있는 딸을 마주했다. 평소 마중을 나갔는데 그날 못 나간 것이 평생 한이 됐다.

부부는 “재갈을 얼마나 세게 물렸는지 아이 입 주변이 새파랬다”며 “이춘재가 화성에서 한 짓이랑 똑같았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박씨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그놈이 강한 처벌을 받는 것,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동네를 지나가는 남자들만 봐도 ‘저 사람들이 또 내 딸들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고 괴로웠다”고 눈물을 쏟았다.


박씨 부부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범인은 박군’이라고 하기에 그런 줄 알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박군은 박씨 부부 집에서 길 하나 건너 살던 이웃이었는데 이 일로 원수가 됐다. 집안끼리 왕래가 끊기고 동네 주민들도 쉬쉬해 박군이 1997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이씨가 청주에서 2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동네는 크게 술렁였다. 가경동 경로당에서 만난 구모(72)씨는 “박군이 사춘기 때 남의 집에 들어가 빵을 하나 훔쳐 먹어 교도소에 갔다가 살인죄를 뒤집어썼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박군 어머니가 생전 ‘아들이 경찰서에서 고춧가루 고문을 당했다’고 말하며 울었다”고 전했다. 박군 부모는 최근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