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경기지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경기 침체로 접어든 상황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미국 증시의 ‘고점’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다.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미·중 무역갈등 완화 등 긍정적 이벤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의 ‘침체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에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제조업 경기지표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2009년 6월(4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경제마저 흔들린다는 불안감이 글로벌 시장을 잠식했고,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지난 3일 2.01%나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실업률이 지난 4일 반세기 반에 최저치(3.5%)를 기록하자 전혀 다른 흐름이 연출됐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4% 가량 반등했다. 미국 고용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라는 평가가 함께 “미국 경제는 아직 끄떡없다”는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은 내년 말까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지금보다 14% 더 높은 3300선까지 오른다는 관측을 내놨다. 씨티그룹 로버트 버클랜드 연구원은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증시 강세장이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 스위스 UBS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글로벌 수요 약화 등으로 제조업 경기 등이 부진하면서 올해 하반기 증시의 ‘위험 회피’ 기조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나라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여온 미국 증시가 과열 국면을 넘어 약세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기대를 건다. 최근 제조업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미국 선물시장은 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 확률을 90%까지 높여 잡았다. 오는 10~11일 열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도 향후 증시 흐름을 좌우할 요소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무역협상은 ‘스몰딜’ 정도로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스몰딜마저 성사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 내 불안심리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