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5일부터 시위대를 대상으로 ‘복면금지법’을 전격 시행한 뒤 홍콩 시위가 더욱 격화됐다. 지난 1일에 이어 또다시 14살 소년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고 하루 평균 500만명을 실어 나르던 열차 운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홍콩 시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전쟁터 같은 홍콩 시내 상황은 SNS를 통해 전세계에 전해졌다. 한 트위터 계정에는 “경찰이 시위하는 여성의 뺨을 때렸다”며 한 여성이 뺨을 맞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계단에 쓰러진 여성이 소리를 치자 경찰이 여성의 얼굴을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밖에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시위대에 몰려가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하는 홍콩 경찰들의 모습이 쉴 새 없이 공유됐다.
경찰 측에서는 폭도들이 여러 곳에서 지나가는 시민들한테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며 사형(私刑)을 했다. 이런 행동들은 분노를 시킨다고 했다.
—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해주세요 (@krstandwithhk)
그럼 경찰들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다’ 의 말은 오늘 그들이 체포된 여성 시위자한테 뺨을 때리는 것도 포함합니까? 🤔
(영상이 포털사이트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위대와 상관없는 어린아이가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은 모습도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힘없이 지하철 안에 앉아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머리에서는 피가 계속 흐르고 있다. 아이뿐 아니라 머리를 심하게 다쳐 열차 안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영상을 올린 트위터 계정은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들이 지하철에서 어린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며 분노했다.
동영상에서 피비린내 나는 장면 있으니 신중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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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들이 지금 지하철에서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다. 더 부끄러운 것은 홍콩정부가 아직까지도 경찰들이 과한 무력 사용해서 조사하기 위해 독립조사위원회를 성립하는 것을 거절하고, 경찰들을 방임하다
한 네티즌은 “홍콩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 온 외신 기자들도 위험에 처해있다”며 외신 기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왼쪽 복부에 부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시위가 격화될수록 시내 상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중 시위대의 표적이 된 중국계 은행들이 위기에 처했다. 중국계 은행 지점들은 토요일 모두 문을 닫았으나, 시위대가 일부 은행을 방화하고 시설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내의 3300여 대 현금인출기(ATM) 중 10% 이상이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대의 극단적인 폭력으로 인해 홍콩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해 복면금지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복면금지법은 시위대의 복면과 마스크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위반 시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 홍콩달러(약 380만 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