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교수의 검찰 소환 조사 등을 놓고 검찰과 정 교수 변호인단이 연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 소환을 계기로 피의자 비공개 소환 원칙을 천명했다. 또 정 교수가 건강을 이유로 귀가를 요청하면 이를 허용했다. 그러면서도 정 교수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교수 변호인단은 검찰 조사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수사정보를 얻어내면서 건강 문제를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마라톤식 조서 열람을 이어가는 것 역시 지연 전략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정 교수 측은 지난 3일 구속기소된 조 장관 5촌 조카 조모씨의 재판이 열릴 때까지 최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 예상이다. 정 교수 입장에선 자신의 혐의와 상당부분 겹치는 조씨의 재판을 통해 검찰 수사기록, 증거목록 등을 확보해야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짤 수 있다. 한 변호사는 6일 “법원이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재판 기일을 불구속기소된 피고인보다 일찍 잡는 만큼 정 교수 측이 조씨의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교수 측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검찰 수사기록 확보에 집중해 왔다. 정 교수 측은 지난달 11일 검찰에 사건기록 복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러자 앞서 기소된 자신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사건기록 열람·등사(복사)를 지난 2일 법원에 직접 신청했다. 정 교수 측은 이 과정에서 ‘사법농단’ 수사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례를 들면서 “기록 복사가 안 되면 재판 진행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 교수 변호단이 정 교수의 건강 문제를 언론에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불구속 재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해도 재판부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지난 4일 “정 교수가 뇌기능·시신경 장애로 검사와 눈을 마주치기 힘들고 심각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한쪽 눈이 실명 상태이고, 유학 시절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과잉수사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소환 일정 등은 정 교수 측이 원하는 대로 협조하면서도 수사 내용에는 이른바 ‘보안 카드’로 맞서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 측의 사건기록 복사를 허용하지 않은데 이어 조 장관 5촌 조카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정 교수와의 공모 부분을 제외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가진 카드는 숨기면서 무리하게 공소사실을 구성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인 정 교수가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면서도 조사에는 조속히 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정 교수는 단순히 한 명의 피의자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 아내이며,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 대결을 낳은 인물”이라며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하고, 해명할 것은 빨리 해명해야 심각한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