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8달 만에 재개된 이번 협상에 기대를 걸어 왔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미 협상이 일단 성과없이 끝났지만 양측이 대화의 끈 자체를 놓지는 않은 만큼 ‘두고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실무협상이 당장에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양측이 만났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이 시작된 게 성과다. 이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화가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불발 소식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스톡홀름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우선 북·미가 비핵화 방법론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 이견을 나타냈는 지 파악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이른바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협상의 지렛대를 높여나가려는 측면이 강했다”며 “미국의 제안이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새 판을 짜는 하나의 과정일 뿐, 협상이 아예 좌초된 건 아니다. 양측의 입장을 먼저 파악하는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주 후 북·미 협상 재개설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북·미 실무협상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작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실무협상 결렬로 김 위원장의 방한 추진에 변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협상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 참석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