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부부 증명 안해도 외국인 호텔 혼숙 허용

입력 2019-10-06 15:45
아바야를 입고 니깝을 쓴 사우디 여성들 옆으로 외국인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이 사우디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부부 등 가족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하지 않고도 한 방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사우디에서는 그동안 가족이 아닌 남녀가 원칙적으로 혼숙할 수 없었다. 혼인 증명서류를 휴대하지 않은 외국 국적자는 한 방에서 숙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사우디는 그러나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해 관광 산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율법 적용에 예외를 두는 이런 조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외국인은 가족이 아니어도 남녀가 함께 여행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관광객으로 유입하려는 정책인 셈이다. 식당, 관공서 등 공공장소에서 남녀 구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사우디의 사회, 종교적 관습을 고려하면 비록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상당히 과감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 관광청은 또 사우디 여성이 남성 보호자(마흐람)와 동행하지 않아도 호텔과 같은 숙박업소에 혼자, 또는 여성끼리만 투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28일부터 한국 등 49개국에 대해 관광비자를 처음으로 발급했다. 또 외국인 여성은 사우디에서 어깨와 무릎을 드러내지만 않으면 아바야(목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를 입지 않아도 되는 느슨한 복장 규정도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외 관광객 1억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