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법정에서 판결을 마친 판사가 권총을 꺼내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판사가 사건 전 SNS에 남긴 글이 퍼졌고, 그가 법원 고위층을 향한 항의의 일환으로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방콕포스트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일 오후 태국 남부 얄라주 법원의 한 법정에서 발생했다. 이날 공판을 진행하던 카나꼰 삐안차나 판사는 피고인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갑자기 권총을 꺼내 자신의 가슴을 쐈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카나꼰 판사가 개인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원 발표는 얼마 가지 못 가 대중의 비판을 샀다. 카나꼰 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사건에 얽힌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카나꼰 판사가 남긴 글은 25페이지 분량의 장문으로 사건 당일 진행한 재판을 둘러싼 음모론이 담겨있다. 이번 판결에 국가 안보가 달려있으며, 비밀 조직과도 관련 있다는 내용이다.
카나꼰 판사의 무죄 방침에 대해 법원 고위층 일부가 동의하지 않았고 유죄 판결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그는 이 글에서 “판결은 판사에게” “시민에게 정의를”이라는 문구를 세 차례나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초부터 재판 관련 정보를 삐야붓 쌩까녹꾼 야당 사무총장에게 보내며 “공론화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삐야붓 사무총장은 “판사의 개인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법원 발표를 절대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네티즌들은 분노하며 카나꼰 판사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에 담긴 “판결은 판사에게” “시민에게 정의를”이라는 문구는 온라인상에서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얄라주 법원 앞에는 카나꼰 판사를 응원하는 플래카드와 꽃다발도 등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법원행정처는 사건 경위를 추가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