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유엔사 통한 美 연합방위 주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입력 2019-10-06 14:23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6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한미동맹재단 주최로 열린 '제2회 한미동맹포럼'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이 유엔군사령부 역할 확대를 통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후 한반도에서 연합방위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disagree)”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엔사는 더 이상 전쟁을 위한 사령부가 아니다(UNC is no longer a warfighting headquaters)”라며 “한·미 양국 군은 연합사의 통제 하에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6일 미국 주재 특파원 출신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발간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한(知韓)파로 꼽히는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2년6개월여 임기를 마친 뒤 한국을 떠났다. 후임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 육군 대장이 임명돼 임무를 수행 중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인터뷰 내용은 이달 중 발행되는 한미저널 가을호 특집에 실릴 예정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 전인 2022년 5월 22일 이전에 전작권 전환이 완료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적절한 지휘 통제 능력,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들이 복잡한 의사 결정 시스템 내에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운영 통제를 이전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닙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억제력 강화를 포함한 한미 방어 능력, 한미 연합 대북 방위작전 등 한미의 방위 능력이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십니까.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한미연합군의 군사력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리더십의 변화일 뿐 연합군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어떤 역량(some capabilities)은 달라지겠지만, 군사 능력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지속돼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전작권 전환의 핵심 요소이기도 한 것이지요.”

-전시작전권 전환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약화시키고, 결국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미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작권 전환 이후에 주한미군의 감축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한국과 미국에 각각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이 실제 행동에 옮겨지기까지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합니다. 사실, 전작권 전환은 주둔군이나 미국이 한국에 한 공약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사령관이 한미연합군을 지휘하고, 양국의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미군과 한국군의 미래 태세와 관련한 논쟁은 전작권 전환과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만, 안보 상황에 따른 정밀한 평가에 기초해야 할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 연합훈련비 부담과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 가능성 등 한국의 군사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구매를 가장 많이 하는 동맹국입니다. 한국은 자주 국방을 위해 상당히 투자하고 있으며, 모범적인 국가입니다. 군사력 증대와 현대화 노력을 위한 군비가 증가할 순 있을 것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진행되겠죠. 지휘통제 예산이 현재 수준에서 많이 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도 용산 기지에 있는 ‘White House’가 문을 닫은 뒤 미래 한미연합군 본부가 생길 지휘통제소 발전과 관련한 비용 변화가 생길 순 있겠죠. 정책적 방향과 기대와 관련해 두 정부 간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SOFA에 따른 두 나라간 합의와 별도의 합의된 측정 방법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을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바로 안보 환경의 평가와 관련된 운영통제권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입니다. 동맹의 틀 안에서, 두 나라는 전시작전권 전환 시점에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통된 견해를 가져야 합니다. 그로부터 전작권 전환에 적절한 시점인지 아닌지를 진단해야 할 것입니다. 저에게 북핵 문제는 전작권 전환 시점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이 남한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혹은 사용할 의도가 없도록 하는 최대한의 방어 능력이 바로 그것이죠. 그러나 한국은 킬체인, 대공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능력, 즉 K3로 알려진 한국형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핵능력 없이도 대북억지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게 이양되고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한다면, 한국군이 방대한 전략 자산을 지휘하고 미국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협력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한국군은 매우 능력있고, 방대한 운영 범위를 지휘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앞으로, 어떤 국가가 운영 통제를 주도하는지 상관 없이, 한국군과 미군의 자산이 연합군의 연합 자산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방대한 전략자산을 지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에서 한미 자산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초, 위기 상황에서 연합지휘통제운영이 작동됐을 때, 그 자산들은 그 시점에 배치될 것입니다. 이 모든 자산들은 한국군 소속이 될 것이고, 한국군이 효과적으로 그 자산들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데 추호도 의심이 없습니다. 추가 자산들은 주한미군을 통해 조달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제적 역량이 유엔 사령부와 연합군 사령관을 통해 더 확장될 것입니다.”

-한국군 장군을 사령관으로, 미국 장군을 부사령관으로 하는 전작권 전환 이후 창설될 미래 한미연합사가 순조롭게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네. 잘 운영한다면요. 만약 그것이 작동한다면, 복잡한 연합훈련 프로그램을 위한 것입니다. 대비태세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지휘체계 안에 구축되어야 합니다. 일단 주도권이 바뀌게 되면 마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사항에 대한 대응과 함께, 참조 문서 및 운영 사항에 따라 검토는 물론 조정되어야 하겠죠. 전쟁 발생 시간은 마찰을 발견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대비태세는 갖춰야 합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과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11월 8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대연병장에서 열린 이·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미국이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 보다 유엔사령부 역할을 확대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에서 연합 방위를 계속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전제는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역할을 동일하게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맞지 않습니다. 유엔사령부는 정전 협정 관리와 북한과 평화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국제 사회의 공약을 조정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유엔사는 더 이상 전쟁을 위한 사령부가 아닙니다. 유엔사는 다국적군의 훈련 통제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한미양국 군은 연합사의 통제하에 운영될 것이며, 한국군 사령부는 한국군 사령부의 통제에 따를 것이고 미군은 한국군 사령부를 통해 지휘통제를 받게 됩니다. 모든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에 한미연합사는 한국 합참, 주한미군, 유엔사령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한반도에서 철수될 수 있다는 주장과, 주일미군(USFJ) 강화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방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개념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태세 분석을 요구할 만큼, 안보 환경이 상당히 변했다는 것에 대해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습니다. 전작권 전환 그 자체는 환경의 변화는 아닙니다만, 예를 들어, 북한과 평화 조약을 맺는 것은 안보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유도하고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어떤 제도적 대책이 있는지요.
“만일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군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약점으로 인식할 경우, 모험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이 매우 중요하고 정치적인 시간표가 아닌 군사적 평가에 의해 진행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약점이 없고 군사력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심도 없어야 합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이 지난 7월 27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열린 정전협정 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 66년간 내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엔사는 고대하던 평화를 향한 길이 열리도록 정전협정을 수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뉴시스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해 한반도 방위보다 인도-태평양 구상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십니까.
“주한미군은 미국이 한국에 공약한 대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은 이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전작권 전환 이후 비용 부담 때문에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억제는 물론, 격퇴가 가능한 연합군의 군사력은 전작권이 전환된 뒤에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연합훈련은 동맹이 위기 상황에서 연합군을 요청할 때 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연합훈련은 전작권 전환 뒤에도 더 늘어나야 합니다. 전환시 일어나는 공백을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죠. 비용 분담 문제도 이 부분을 재평가하고 갱신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