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겹악재가 원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미·중 무역분쟁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홈페이지에 6일 발표된 ‘8월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구매력 평가 기준)는 348.0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7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수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20개국 기사에서 불확실성과 관련된 단어가 언급된 빈도를 계산한 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1997~2015년 평균치를 기준선(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는 정치 이슈와도 연관성이 높다. 스콧 베이커 노스웨스턴대 조교수,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불확실성 관련 연구에 활용된다.
지난 8월 지수가 높게 나타난 배경엔 중국 위안화(CNY)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한 ‘포치(破七)’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관세 효과를 상쇄하려 했다며 환율 조작국 명단에 넣었다. 이후 양국 갈등은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미국에서는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통상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돼 왔다.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 8월 49.1로 3년7개월만에 50.0 아래로 내려와 경기 둔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디플레이션(장기적인 상품·서비스 가격 하락 현상)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불확실성 자체가 경기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