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얼마나 죽인 것인가" 이춘재, 청주서 2명 살인 추가 인정

입력 2019-10-06 10:42 수정 2019-10-06 15:18

이춘재(56)가 화성살인 외에 1991~1992년 청주에서 여성 2명을 연쇄살인했다고 자백했다.

첫 번째는 1991년 1월27일 오전 10시50분쯤 청주 가경동 택지조성 공사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방적 공장 직원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박양은 지름 1m 콘크리트 관 속에서 발견됐으며 속옷으로 입이 틀어 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목 졸려 숨져 있었다. 국과수 부검 결과 박양은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사건 현장은 택지개발공사 현장으로 곳곳에 2.5m 깊이의 하수관로가 놓여있었다. 평소 공사장 관계자 외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이에 경찰은 용의자가 귀가 중인 박양을 길에서 납치해 공사장 안으로 100여m 끌고 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 이 일대 지형에 익숙한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당시 경찰은 3개월의 수사 끝에 박모(19)군을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법원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판결하면서 미제로 남아있었다.

이춘재가 자백한 또 다른 청주 미제 사건은 1992년 발생한 가정주부 이모(당시 28세)씨 피살 사건이다. 1992년 6월24일 오후 5시30분쯤 청주 복대동 상가주택에서 주인 이씨는 하의가 벗겨지고 전화줄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주변인을 중심으로 수사했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춘재는 1991년 1월부터 화성과 청주 공사 현장을 오가며 일했다. 이후 6개월 뒤 건설회사에서 굴삭기 기사로 취직하고 직장 동료와 결혼했다. 2년 뒤인 1993년 4월엔 청주로 주소지를 옮겼다. 청주 살인은 이춘재가 청주를 오간 시점인 1991년 1월부터 발생했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살인 15건, 성범죄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10건 중 모방 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밝혔다. 이춘재 자백에 따르면 화성에서 10명, 청주에서 2명, 마지막으로는 처제를 살인한 게 된다.

나머지 2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도중에 벌어진 2건의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추정된다.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1987년 12월24일 여고생이 어머니와 다투고 외출한 뒤 실종됐다가 열흘쯤 뒤인 1988년 1월4일 화성과 인접한 수원에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살인은 시간상 6차와 7차 화성사건 사이에 벌어졌다.

이듬해인 1989년 7월3일엔 또 다른 여고생이 수원 권선구 오목천동 야산 밑 농수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또한 이씨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그가 자백한 사건들을 아직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이춘재는 모방 범죄로 여겨진 화성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은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