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자백하기 전 여성 프로파일러와의 대면조사에서 ‘도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프로파일러의 손을 보며 “잡아봐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춘재는 최근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대면조사에는 모두 응했지만 형사와 프로파일러의 질문에는 대체로 답을 하지 않으며 듣기만 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4~27일 이뤄진 4~7차 대면조사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춘재는 전국에서 차출된 프로파일러 9명 가운데 한 여성 프로파일러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손이 참 이쁘시네요”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이어 “손 좀 잡아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프로파일러는 당황하지 않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악수나 하자”며 응수했다고 한다. ‘라포르(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온 수사팀은 이후 이춘재로부터 자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춘재는 “DNA 증거도 나왔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서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때로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신의 범행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화성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도 한동안 침묵했었다.
이춘재는 살인 외에도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또, 모방범죄로 여겨졌던 화성 8차 사건 역시 자신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8차 사건의 경우 이미 진범으로 지목됐던 윤모씨가 20년간 복역한 후 가석방됐다. 이춘재의 주장대로 윤씨가 누명을 쓰고 수감됐던 거라면 당시 경찰의 강압·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이춘재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