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자들의 검찰 개혁 목소리가 변질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비판하며 개혁을 촉구하는 온건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SNS상에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지지자들도 많아졌다. 특히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수사팀 소속 여성 검사를 공격하는 ‘여혐’ 발언도 나왔다. 비방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상에 조 장관 일가 수사팀 소속 특정 검사를 비방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 검사’는 김모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다. 김 검사는 여성 검사로 지난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참여했다. 압수수색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었다는 가짜뉴스에 시달렸다. 당시 조 장관과 통화한 검사가 “(통화 내용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 또한 지지자들의 비판 소재가 됐다.
비방 게시물은 대부분 압수수색 당일 발생한 여러 사건을 김 검사의 탓으로 돌리는 내용이다. 김 검사의 사진도 첨부돼 있을 뿐 아니라 원색적인 욕설도 포함돼 있다.
게시물 내용은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담당 검사 김○○, 쓰러진 아내를 좀 배려해달라는 장관의 전화 통화에 압박을 느꼈다는 그 개검!” “아래 첨부 사진은 검사 김○○입니다. 감히 피의사실 조차 없는 법무부 장관 집을 유례없이 11시간이나 압수수색 하면서 명품가방ㆍ옷 뒤지고 충격 받아 쓰러진 정교수. 쓰러진 아내를 좀 배려해 달라는 장관의 전화 통화에 압박을 느꼈다는 잡X 검사임” “충격 받아 쓰러진 정교수가 있는데, 짜장면 냄새 풀~~풀~! 풍겨 가면서, 쓰러진 아내를 좀 배려해 달라는 장관의 전화 통화에 압박을 느꼈다는 그 잡X검사~! 우리 국민들이 똑똑히 잘 기억해 둡시다” 등 이다.
이외에도 “혹시 김○○ 검사가 주로 하는 일이 사치품 발견해서 범죄자로 만드는 거 인가요? 듣기론 사치품 쪽 담당검사가 압색해 봐도 나올게 없어서 학생 일기장이라도 가지고 나오려 했다던데..” 같은 내용이 담긴 게시물도 있다.
특정 검사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여성인 김 검사의 성별을 부각시켜 공격하는 ‘여혐’ 게시물도 적지 않다. 한 게시물에는 “높은 검사님들 좋겠어요. 이런 여자 검사가 술시중 들 거니까”라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 여성 검사를 선배 검사의 ‘술시중’을 드는 존재로 평가한 것이다. 김 검사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도 있다.
문제는 SNS에서 확산되는 내용이 대부분 가짜뉴스라는 데 있다.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수사팀은 당시 자장면을 먹지 않았다. 조 장관과 직접 통화한 검사는 김 검사가 아니라 수사팀 소속 이모 부부장검사다. 특히 일부 게시물에는 명품 가방을 찾아내기 위해 검찰 외사부 출신인 김 검사를 투입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외사부가 압수수색에서 명품 가방을 찾아내는 데 특화된 부서라는 것이다. 또 검찰이 명품 가방을 찾아내려는 이유는 ‘논두렁 시계 사건’ 때처럼 조 장관을 망신주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게시물에 담겨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에 관련된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 나가서 명품 가방 찾는 게 외사부 검사의 특기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맞지만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특정 검사를 과도하게 비방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