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청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합니다”

입력 2019-10-05 11:21 수정 2019-10-05 23:11

지난해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모두 내어준 제주 청년 의인 고(故) 김선웅군.

고인이 이 땅에 아름다운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지 어느덧 1년을 맞아 그의 사랑과 나눔을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라파의집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고 김선웅 군 1주기 추모예배’를 개최했다.(사진)

예배에는 고인의 아버지 김형보씨를 비롯 가족과 지인,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라파의집 정원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생명의 나무’ 앞에서 예배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고 김선웅씨가 생전 제주시 제주성안교회 경배와 찬양팀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운동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인생의 발자취’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목사는 “생명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한 고 김선웅 군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웃사랑의 명령을 몸소 실천한 희생의 아들이자 귀감이 되는 의인”이라고 했다. 또 “생명나눔의 감동을 전한 김 군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사를 한 장상훈(모슬포교회 원로)목사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의 생명나무를 보며 고인을 떠올려본다”면서 “고귀한 삶을 닮아 따르는 사람들로 인해 앞으로 수많은 생명나무가 심겨 숲을 조성하는 그날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3일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거운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를 돕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나 감동을 전했다.

고인의 가족은 모두 제주성안교회에 출석했다.

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교회 특별새벽기도회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기타를 잘 쳐 교회 경배와 찬양팀에서 활동했다. 대학 재학 중 교회 유치부와 중등부 교사도 했다.

고인이 쓰러진 그날, 그가 할머니를 대신해 끌던 손수레엔 쪽파가 가득 실려 있었다.

부모의 부담을 덜겠다고 만화카페에서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젊은이의 생명과 바꾼 쪽파는 사고 직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구순 할머니의 손에 들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스무살 청년의 뭉클한 사연이 전해진 뒤 고인과 그 가족을 향한 응원과 애도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운동본부 역시 신장이식을 기다리며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를 위해 마련된 제주라파의집 정원에 고인의 정신을 기리는 생명의 나무를 심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생명의 나무 앞에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제주의 천사 고 김선웅 님을 기리는 나무입니다’라는 문구의 표지석이 설치됐다.

고인의 아버지 김형보 씨는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라며 “선웅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찾던 제주라파의집에서 함께 추모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동이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