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도 내가했다’고 한 이춘재의 범행 동기는 어린시절 성폭행?

입력 2019-10-05 10:18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가 경찰 조사에서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성경험이 범행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춘재는 모방 범죄로 밝혀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진술해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이춘재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교생 때 같은 동네에 살던 누나가 성폭행을 했다”고 털어놨다고 4일 보도했다. 경찰은 어린 나이에 강압적인 성경험을 겪어 왜곡된 성적지향이 형성됐고 성인 이후 범행의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화성 살인사건 10건을 포함해 살인 14건과 강간 및 강간미수 34건 등 이춘재 자백한 범행은 모두 성범죄와 연관돼 있다. 경찰은 이춘재가 군을 제대한 직후부터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군 복무 시절 범행 동기가 될 만한 것을 경험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춘재의 진술을 통해 아동기 성폭행 경험이 범죄의 동기를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앞서 이춘재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4~7차 대면조사에서 모두 14건의 살인사건과 성폭행 및 성폭행 미수 등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14건의 살인 사건이라는 말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 모방 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이 포함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주택에서 여중생 박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범행 수법이 유사했지만 모방 범죄로 밝혀져 이듬해 윤모(22)씨가 검거돼 처벌까지 됐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모범수로 감형받아 2010년 출소했다.

아울러 이춘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8차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돼 진술의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춘재가 소위 말하는 ‘영웅심리’가 작용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사실을 자랑하듯 늘어놨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춘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과거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붙잡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셈이 된다. 프로파일러 등 경찰 수사팀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 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