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참여 인천시선수단 100여명 경인운하 거쳐 한강 여의도로 이동 퍼포먼스

입력 2019-10-05 09:37 수정 2019-10-07 18:36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가 송영길 의원(전 인천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4일 전국체육대회에 참여하는 인천시 선수단 100여명이 80톤급 선박을 통해 경인항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한강 여의도로 이동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운항은 한강~경인운하 선박운항에 대한 환경영향 및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구을)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짬짜미로 강행된 것”이라며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전국체전을 경인운하 활성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불순함을 규탄한다. 또한 송영길 의원, 박원순 시장이 경인운하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현재 환경부는 ‘아라뱃길(경인운하) 기능 재정립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면서 “이 와중에 나온 한강~경인운하 운항 활성화 시도는 환경부의 행정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국민을 현혹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미 서울시 한강시민위에서는 선박 운항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선박운항을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송영길 의원을 위시해 인천시에서 경인운하를 통한 한강진입을 요청해왔더라도 서울시는 이 원칙을 기준으로 인천의 요구를 거절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럼에도 전국체전이라는 상징성을 이유로, 1회성 운항이라는 이유로 협조의사를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사실상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경인운하 활성화를 위한 홍보에 일조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따졌다.

이들은 ”2010년 송영길 의원은 경인운하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당시 민주당 최고 위원이었던 송영길 의원은 인천시장 출마를 앞두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기 위해 경인운하 개발에 대해 밝힌 본인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송 의원 제289회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경인아라뱃길은 (중략) 예상 물류기능이 현저히 축소되므로 관련 항만시설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물류 활성화와 한강 하류 생태계 보호의 대안으로 상정했던 경인운하는 남북관계 진전시 개성·해주 등의 물동량 증가와 세계 최대의 생태습지인 한강하구를 보호하는 대체항로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들은 “송영길 의원은 10년만에 본인이 한 발언을 다시 뒤집었다”며 “한강~경인운하 운항 활성화를 위한 정치적 주장으로 경인운하에 인공호흡기를 가져다 대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며 발표했던 공약 중의 하나는 여의도에서 김포까지 연결하는 한강주운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는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를 비판하고 무상급식을 내세우며 당선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실제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2015년 최경환 당시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강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는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그의 한강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인천에서 여의도까지 대형선박을 운항하려는 허망한 꿈을 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2018년 이미 국토부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에서 경인운하의 정책 결정 및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세울 것을 당부했다. 또한 주운수로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경인운하의 존치여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정치인과 행정가는 경인운하를 활성화하겠다는 욕심을 가지지 말라. 경인운하의 주운을 조속히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의원은 7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물길은 연결되어야 합니다’(-전국체전 참가 인천시 선수단의 경인아라뱃길 이용에 대해)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다음은 송의원이 올린 글의 전문이다.


“지난 4일, 우리 인천시 선수단이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을 통해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에 참가한 것을 두고 몇몇 시민단체가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이것이 경인아라뱃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 합니다. 또 제가 선거 때와는 다르게 경인아라뱃길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2조 7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2012년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7년이 넘도록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커다란 국가적 손실일 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남북 물류 활성화와 한강 하류 생태계 보호의 대안으로 상정했던 경인운하는 남북관계 진전 시 개성·해주 등의 물동량 증가와 세계 최대의 생태습지인 한강하구를 보호하는 대체항로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가 2010년 국회 본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번 성명을 낸 시민단체에서 이 말을 인용해 제가 말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경인아라뱃길은 현재와 같은 남북대결 상황에서는 예상 물류기능이 현저히 축소되므로 관련 항만시설을 재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위의 발언 바로 앞에 제가 한 말입니다. 저는 2010년 당시부터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고 남북한 통일시대에 경인아라뱃길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제가 말을 바꾸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저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저의 발언을 곡해하는 시민단체의 태도도 유감이지만 저에게 한 번도 반론 취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한 일부 언론의 행태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인아라뱃길이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라고 해서 무작정 닫아두는 것이 능사일까요? 남북 간의 물길도 연결하자고 하는 판에 한강과 아라뱃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은 모순입니다.

이번에 인천시 선수단이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전국체전에 참가하면서 2014년 7월까지 운항하다 중단된 한강~경인아라뱃길 구간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막혔던 물길이 열려 생태계가 회복되고 남북경협이 가속화하기를 많은 시민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경인아라뱃길을 살려 생태계 복원과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설득할 부분은 상세하게 설명드리면서 차근차근 일하겠습니다. 11월 중에 서울시의 <한강 물환경 회복 전략계획 수립용역> 결과가 나오면 더 진전된 토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경인아라뱃길의 활용 방안을 챙기면서 여러분께도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