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개회식 기념사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은 공동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몸의 신화, 백년의 탄생’을 주제로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해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어려울 때 체육이 만남과 대화의 문을 열었다. 1988 서울올림픽이 동서화합의 시대를 열고 2018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한반도 시대를 열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2020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 출전을 거듭 강조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개최 추진 의사를 전달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이날 전국체전 개회사를 통해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전국체전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 서울 배재고보에서 개막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근간으로 두고 있다. 14회 대회까지 종목마다 따로 열린 대회는 15회째인 1934년 처음으로 지금의 종합제전 형태로 확장됐다. 19~25회까지 일시 중단됐지만, 광복을 맞고 두 달 뒤인 1945년 10월 서울에서 자유해방경축 전국종합경기대회라는 이름으로 재개됐다.
당시만 해도 남북한이 모두 참가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해 다시 한 차례 중단됐지만, 이듬해인 1951년부터 지금까지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열렸다. 전국체전은 그렇게 올해로 100회째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전국체육대회의 역사가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며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독립유공자 후손,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원로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체육 강국 대한민국과 전국체육대회 100년의 역사가 있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우리는 전국체육대회 100년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다짐으로 다시 하나가 돼 뛰어야 한다”며 “앞으로 만들 대한민국 체육 100년에 개인의 도전·용기·의지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정·인권·평화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체육대회 100년의 역사에 ‘할 수 있다’는 국민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며 “3·1 운동 이듬해인 1920년 민족의 스승 월남 이상재 선생의 시구로 시작된 전조선야구대회는 스포츠를 통해 민족 자존심과 독립 염원을 확인하는 행사였고 6·25 전쟁 이후 전국체육대회는 폐허가 된 국가를 일으켜 세우고 번영의 길을 찾는 화합·단결의 축제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레슬링의 심권호, 체조의 여홍철, 핸드볼의 임오경 등 종목별 ‘레전드’로 구성된 스포츠합창단은 애국가를 제창했고, K팝 스타 마마무·엑스원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성화는 지난달 22일 강화도 마니산에서 채화돼 전국 17개 시·도를 거쳐 서울까지 2019㎞를 달려왔다.
올해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서울시교육청·서울시체육회가 주관한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선수 1만8588명과 임원 6400명, 18개 재외한인체육단체에서 선수단 1860명이 참가했다. 모두 47개 종목의 경기는 오는 10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폐회할 때까지 7일간 잠실종합운동장을 포함한 서울의 72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