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서울올림픽의 함성이 메아리쳤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4일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화려한 개회식과 함께 일주일간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전국체육대회는 일제강점기 온 민족의 단합을 위해 1920년 월남 이상재 선생의 시구로 시작된 전조선 야구대회에 뿌리를 두고 백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제외하고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열렸다. 그 열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졌다.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은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를 염원하는 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남북간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어려울 때 체육이 만남과 대화의 문을 열었다”며 “88년 서울올림픽이 동서화합의 시대를 열고 2018년 평창올림픽이 평화의 한반도 시대를 열었듯,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공동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환영사에서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로 남북한이 잠실에서 하나가 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축사를 보내왔다.
개회식에서는 총 2229명이 출연한 주제공연과 역대 최대 규모의 성화점화식, 잠실 한강변 바지선 5대를 활용한 대규모 불꽃축제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개회식 주제공연 ‘몸의 신화, 백년의 탄생’은 대한민국의 지난 백년의 역사를 빛낸 뭇별 같은 시민들과 스포츠 영웅들이 모여 새로운 미래를 함께 밝히자는 의미를 담았다. 원일 총감독 등 평창 동계올림픽 연출진이 총출동해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주제공연의 스토리는 ‘뭇별의 탄생’ ‘나는 손기정입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뭇별의 시대’ 순서로 전개됐다. 엄혹한 시대에 고난을 딛고 위대한 성취를 이룬 손기정의 시대정신이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해 오늘날 주인공이 된 뭇별(시민)들과 만나는 모습을 그렸다.
민족과 함께 저항하며 용기를 준 스포츠 영웅들의 영상과 더불어 고난을 이겨낸 뭇별들에게 영광의 월계관을 선사하는 퍼포먼스,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단결된 힘으로 희망을 꽃피운 우리 역사를 춤으로 표현하는 무대도 펼쳐졌다.
마지막으로는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영원한 아이들’과 손기정, 그리고 개회식장의 관객들 모두가 무수한 뭇별의 빛을 받아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는 모습으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동시에 대한민국 하늘에 영원한 뭇별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피니티 라인이 완성됐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였다. 최다주자인 1100명이 참여해 최장기간(13일), 최장거리(2019㎞)를 달려 주경기장에 입성한 성화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밝힐 100명의 시민들이 만드는 횃불의 길을 따라 점화됐다.
관심을 모았던 최종 성화 점화는 전 축구국가대표 박지성을 비롯해 ‘육상 꿈나무’ 양예빈, ‘수영 꿈나무’ 노민규, ‘원로 체육인’ 홍상표, 백옥자, 함기웅, 서울시 청각장애인축구단 감독 정봉규, 보디빌딩 유망주 이 신, 청각장애인 테니스 스타 이덕희, 장애인 볼링 에이스 김태순 등 10명이 함께 했다. 한국 체육 100년을 상징하는 원로 체육인, 꿈나무, 스포츠 영웅들이 어우러진 성화 점화였다.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꽃행사는 저녁 8시 30분부터 20분간 잠실한강공원과 뚝섬한강공원에서 펼쳐졌다. 불꽃행사 주제는 ‘2019! The great step(위대한 발걸음)’이다. 제100회 전국체육대회를 축하하고,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기존의 서울불꽃축제와는 차별화된 웅장한 모습이 연출됐다.
불꽃행사의 세부 주제는 ‘열정’, ‘동행’, ‘평화’로 지난 100년의 전국체육대회 역사를 빛낸 선수단과 관객의 ‘열정’,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한 한민족의 ‘동행’, 체전을 통한 전국민의 화합 및 나아가 남북화합을 염원하는 ‘평화’를 의미한다.
이번 불꽃행사는 3만발의 불꽃을 사용해 힘 있고 웅장하게 700m 구간에서 대형불꽃, 레인보우 불꽃, 볼케이노 불꽃, 불새 등 기존보다 큰 규모의 다채로운 불꽃을 선보였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