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주역들 “1600만 흥행, 관객이 만든 기적” [24회 BIFF]

입력 2019-10-04 16:30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토크에 참석한 영화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공명(왼쪽 사진부터).

“긴박하고 절박한 시대상을 반영해서, 마음껏 웃고 싶었던 대중의 마음을 충족시켰던 것 같습니다. 배우와 스태프들도 촬영 내내 즐겁고 행복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웃음으로 전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류승룡)

영화 ‘극한직업’ 주역들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극장 상영이 마무리된 이후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공식석상에 함께한 건 처음이다. 순도 100%의 웃음을 내세운 영화는 누적 관객 1626만4944명을 동원하며 ‘명량’(2014·최종 1761만명)에 이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극한직업’으로 오랜만에 흥행을 맛본 배우 류승룡은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에서 “신보다 무서운 관객의 반응과 사랑, 냉정함을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극한직업’이 1월 23일에 개봉했는데 저희에겐 너무 특별한 날이어서 ‘부활절’이라 부른다. 저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작품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우들은 관객들의 관심에 한입으로 감사를 전했다. 공명은 “무대인사를 다닐 때마다 뜨겁게 반겨주시는 관객들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여러 리뷰들을 읽어보면서도 뜻 깊고 영광스러웠다”고 전했다. 진선규는 “부부싸움을 했는데 ‘극한직업’을 같이 보다가 자연스럽게 화해했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ㅋㅋㅋ’ 웃음만 가득한 댓글이 가장 좋았다”고 첨언했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지난 1월 23일 개봉한 영화는 초반부터 가파른 흥행세를 보이며 역대 23번째(외화 포함) 1000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은 웃음이라는 목적의식에 충실한 연출이었다. “제대로 웃기고 싶었다”는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말맛 코미디와 완벽한 팀 케미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어우러지며 쉴 새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소시민들의 짠한 삶과 반전 활약상을 통해 공감대와 더불어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장 형사(이하늬)고 기존 한국영화들과 다르게 차별화됐다. 섹시함보다 털털함과 당당함 무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모든 걸 내려놓고 역할에 몰입한 이하늬의 공이 적지 않다. 세계 미인대회 출신인 그가 맨 얼굴로, 게다가 떨리는 볼살까지 그대로 보여줘 가며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이하늬는 “배우로서 판타지성 있는 얼굴이 장점일 수 있지만 사실의 결을 묻히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번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적이 많았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함까지 끌어안았을 때 저의 아름다움이나 연기의 폭이 훨씬 더 커진다는 걸 저 스스로에게 증명하듯 작업했다”고 말했다.

다섯 명의 배우가 똘똘 뭉친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촬영을 마친 이후 다들 친형제라도 된 듯이 돈독해졌다.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기가 힘들 정도예요.”(공명) “케미가 너무 좋았던 영화인 것 같아요. 사람이 불편하면 애드리브도 편하게 안 나오거든요. 그런 분위기가 스크린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이하늬)

서로에 대한 릴레이 덕담도 이어갔다. 이병헌 감독은 류승룡에게 “현장에서 가장 어르신이기도 했지만, 제가 의지를 많이 했다. 모든 걸 통달한 도사님 같은 느낌도 있다. 해학적이면서도 해맑은 분”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류승룡은 이하늬에게 “누나 같기도, 엄마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하다. 어떤 자리든 이하늬가 없으면 칙칙하다. 없어서는 안 되는 산소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이하늬는 진선규에게 “친오빠 같은 동료가 있다는 건 큰 힘인 것 같다. 수위가 넘는 장난을 쳐도 어떤 것이든 서로에게 무장해제돼있는 느낌이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다”고, 진선규는 공명에게 “동생인데도 의지하게 된다. 나의 피난처 같은 느낌”이라고, 공명은 이병헌 감독에게 “학교 선생님 같기도, 큰 아버지 같기도 한 존재다. 때로 무서우면서도 포근하다”고 했다.

각자 차기작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마무리한 이병헌 감독은 홈리스 월드컵을 주제로 한 영화 ‘드림’ 촬영을 내년 봄에 들어간다. 류승룡은 영화 ‘입술은 안 돼요’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2’,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하늬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 프랑스 합작 드라마 ‘클라우스 47’(가제)에 오는 12월 합류한다. 진선규는 지난해 겨울에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한 ‘퍼펙트맨’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고, 현재 그 다음 작품을 촬영 중이다. ‘멜로가 체질’을 마친 공명은 휴식기간을 가지며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끝으로 이하늬는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우리 한국영화 역사가 꽤 오래 됐다. 한국영화의 가장 큰 힘은 관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영화를 제치고 우리 영화가 1600만을 동원했다는 건 관객들이 만들어주신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위해 열심히 영화를 만들 테니 한국영화를 사랑해주시고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