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지자체는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 선포
정부가 경기도 파주와 김포의 모든 돼지를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전역에 걸쳐 항공 방제 작업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파주시와 김포시 관내 ASF 발생농장 반경 3㎞밖 돼지에 대해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 살처분 대상 지역인 발생지역 반경 3㎞ 내 돼지들은 수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기존 살처분 대상을 제외한 파주와 김포의 관내 돼지 수가 6만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수매 대상은 5∼6개월가량 사육해 식용 가능한 생체중 90㎏ 이상 비육돈 비율이 27∼28%(약 1만7000마리)로 추산된다. 수매 및 살처분 비용은 총 207억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농장에서 수매에 불응할 경우, 해당 지역 돼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대신 농장주에게 보상금을 제공한다. 일부 양돈농가의 경우, 정부의 수매 및 살처분 조치에 반대하고 있어 갈등도 예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SF 발생한 파주와 김포의 양돈 농장 인근 3㎞ 안에 있는 살처분 대상 돼지는 이날 오전까지 총 14만2831마리다. 여기에다 반경 3㎞밖에 있는 6만마리를 합하면 총 20만 마리 넘게 도축되거나 살처분되는 셈이다. 이는 ASF 발병 이전인 지난 8월 말 현재 국내 사육돼지 1227만마리의 약 1.7%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정확한 발병원인이 나오지 않아 예방적·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시의회에서 먼저 요청한 조치이며 전문가들의 조언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매 후 도축한 돼지고기를 비축했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시중에 유통할 계획이다.
군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연천 DMZ 인근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 멧돼지가 감염경로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ASF 발병 지역인 경기도 연천 중부 일대 DMZ 내에 헬기를 투입해 방역을 시작했다. 항공 방제는 DMZ를 포함한 민통선 이북 접경지역 전역에 일주일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DMZ 내 헬기 방역 조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행되며, 북한 측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국방부는 또 북한지역에서 DMZ 철책을 넘어오는 야생멧돼지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지침을 최전방 GOP(일반전초) 부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북도는 ASF 차단 방역 강화를 위해 ‘멧돼지 포획단’의 상시 운영으로 야생멧돼지의 대대적인 포획에 나섰다. 주요 지자체들도 ASF 확산 우려로 각종 가을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농장에서도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나 ‘음성’으로 판정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