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수단을 총동원했다는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넣으라는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를 경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담당 고위 외교관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끌어들면서 탄핵 정국의 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 작업을 주도해온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요바노비치 전 대사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도 경질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임명된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지난 5월 돌연 경질됐다. WSJ에 따르면 국무부 관리들은 올해 초쯤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요바노비치 전 대사 해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트럼프 행정부 관리가 밝혔다. 국무부 관리들은 요바노비치 전 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공격으로부터 그를 지켜주기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을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보국(CIA) 소속 내부고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를 수사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 시점이 지난 5월이었음을 미뤄,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기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사법당국에 압력을 가해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험담을 했기 때문에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또 줄리아니 전 시장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수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데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장애물이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내가 소환했는지 다른 사람이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나는 오랜 기간 동안 그에 대해 나쁜 얘기를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담당 고위 외교관들이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에 협력한다는 발표를 하도록 성명문 초안을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가 지난 8월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 조사에 협력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는 내용의 성명문을 미국 측이 작성해주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당국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며 정면승부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당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것보다도 나쁘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CNN방송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야권 대선주자들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