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제2의 도약 이룰까…신임 총장 의욕 불태워

입력 2019-10-04 12:41 수정 2019-10-04 13:11

호남의 명문사학으로 꼽혀온 조선대가 내우외환에서 벗어나게 될까. 국내 유일의 민립대학이라는 독특한 건학 역사를 가진 이 대학의 미래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대학평가 결과 ‘역량강화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한동안 총장 해임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빚다가 며칠 전 신임 총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대학에서는 금명간 구성될 새 집행부가 우여곡절을 겪어온 대학을 조속히 안정화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학 구성원 사이에도 대학 정상화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조선대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다. 우선 등록금은 지역 최고 수준인 데 비해 교원 감소는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과 교육부 등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다.

반면 조선대 교수와 직원 등의 임금은 다른 대학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동안 이 대학은 지역사회로부터 ‘주인 없는 대학’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만큼 장기간 대학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이 대학의 엄연한 현주소다.

임시 이사회와 대자협을 쌍두마차로 유지해온 전반적 대학운영 체계도 장기적 관점에서 손질이 불가피하다.

최고 의결기구가 사실상 두 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에서 적잖게 제기되고 있어서다. 유일무이의 민립대학에서 전국 최초의 공립대학 전환을 염두에 두는 배경이다.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들은 형식상 이사회가 대학 운영을 책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자협의 의견과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우선 대학재정의 근원인 등록금의 경우 조선대는 연간 700만원으로 2019년 국내 대학교 193곳(전문대, 사이버대, 과학기술원 등 제외) 중 93위였다. 광주·전남지역 대학에서 조선대만 100위권 안에 들었다.

대학 측은 다른 지방대학과 달리 의·치대와 약대 등 소위 등록금이 비싼 ‘트리오 단과대학’이 모두 개설된 탓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동안 수도권의 사립대학에 비해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은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쟁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왔다. 수년째 동결한 대학이 대부분이다.

조선대는 전국 국·공·사립 대학 평균 553만원에 비해 150만원 정도 많은 금액을 등록금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규모가 비슷한 인근 전남대 414만원과 비교하면 300만원 가까운 격차가 난다.

이에 비해 조선대는 대학 시간강사들의 신분보장을 위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올 들어 가장 많이 교원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학기 교원을 지난해 1학기에 비해 236명이나 줄였다. 전임교원 37명, 시간강사 등 비전임 교원 199명이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에 따라 전문대 포함 300여개의 전체 대학(교)에서 7834명이 실직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 데 조선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교원을 해고한 셈이다.

조선대의 교원 감원은 재정 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대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교단의 부실함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더불어 나온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시간강사들에게 그동안 교단을 주로 맡겼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교수들은 많지만 교육의 질은 그만큼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대의 ‘총예산대비 인건비 비율’은 현재 47%, 등록금과 대비하면 7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학운영 주체도 분명히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대학 운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구성은 그동안 오락가락했다. 1987년 박철웅 이사장 일가가 대학운영에서 손을 뗀 직후 22년간 유지되던 임시 이사체제는 2009년 사학분쟁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정이사 체제로 마침내 전환됐다.

하지만 경영진 복귀를 시도한 구 재단 측 인사들과의 끈질긴 갈등과 법적 대립 등으로 6년여 만에 다시 임시 이사체제로 바뀌어 대학운영이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정 이사를 인정하지 않아온 구 재단 측 인사들은 2010년 11월 조선대 정이사들이 박철웅 전 이사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조선대학교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완전히 물러났다.

73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대는 광주전남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설립한 국내 유일 민립대학이다. 미군정이 유지되던 1946년 광주부윤(시장) 서민호와 총무과장 박철웅이 의기투합해 창학했다.

각계각층이 참여한 설립동지회가 주축이 돼 7만2000여 명의 지역민들이 기부대열에 동참했다.

대학설립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다가 대학운영권을 장악한 박철웅 전 이사장은 6·25한국전쟁 등 격변기동안 대학을 떠났다. 하지만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대학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교수채용 비리 등 전횡을 휘두르던 그는 1987년 총학생회 등의 학내민주화 투쟁에 밀려 대학에서 축출됐다.

이 대학은 전임 총장 취임 직후 개교 70주년을 기념한 ‘CU Again 7만2천 비전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세계 100대 대학으로 제2의 도약을 꿈꿨다. 그러나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아들고 난파선의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수시모집을 수개월 앞두고 발표된 교육부 대학평가 결과에서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역량강화대학’ 진단을 받고 전임 강동완 총장 퇴진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수그러들지 않은 것이다.

이 대학에서는 이후 2차례에 걸친 이사진의 총장 해임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 해임 취소결정, 총장 복귀 시도 등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숱은 진통 끝에 지난 1일 신임 총장을 선출한 대학 구성원들은 호남 최대 명문사학이라는 전통과 역사를 살려가겠다는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막는 것 산이거든 무느곤 못가랴/파도건 눈보라건 박차 헤치자’(조선대 교가 첫 소절)

조선대가 학과축소와 신입생 정원 감축 등 앞으로 닥칠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지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조선대 양효술 대외협력부처장은 “쟁쟁한 4명의 후보가 겨룬 총장 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58%의 압도적 지지로 신임 총장이 당선됐다”며 “새 총장이 소통과 화합을 전제로 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실현 가능한 조선대의 장기적 발전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