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관련’ 보험사기만 왜 늘었나 했더니…

입력 2019-10-04 11:17 수정 2019-10-04 14:01

전직 보험설계사인 A씨는 가족과 친지 등 10명과 짜고 보험 246건을 계약했다. 이어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경미한 질병인데도, 허위 또는 과다 입원하는 수법으로 10여년에 걸쳐 26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17억원을 가로챘다. 일가족 대부분이 무직이었는데, 가로챈 보험금 일부를 보험료로 다시 납부하는 ‘돌려막기’로 사기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 의사인 B씨는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 횟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진료비를 받아 챙겼다. 입원 또는 내원 일수를 부풀리는데 동원된 환자만 600명에 달했다.

최근 4년(2014~2018) 동안 전체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줄어들었다. 반면 허위(또는 과다) 진단·수술, 병원 과장청구 같은 의료 관련 보험사기 건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나 보험설계사 등 의료 및 보험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내부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이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에게 제출한 ‘보험사기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7만9179건이었다. 2014년(8만4385건)보다 약 6% 줄었다.

반면 의료관련 보험사기의 경우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허위 수술’의 경우, 7건에서 239건으로 약 34배 늘었다. 허위(과다) 장해는 467건에서 2739건으로 약 5배, 허위(과다) 진단은 361건에서 1575건으로 3.4배, 병원 과장청구는 320건에서 791건으로 1.5배 정도 증가했다.

의료관련 보험사기 적발건수 증가로 전체 보험사기 가운데 의료관련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비중도 부쩍 늘었다. 2014년 16.8%에서 지난해 25.4%로 9%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보험업계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업계 전문가들이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벌이는 조직적인 사기행각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벌금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