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스포츠 씨름이 유튜브 등에서 새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강호동 이만기의 뒤를 이을 씨름 강자를 가려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을 찾는다. KBS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가제·이하 씨름의 희열)이 다음 달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
씨름의 희열은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맞붙는 ‘태극장사 씨름대회’를 개최하고 경량급 1인자를 가리는 과정을 리얼리티 형태로 담아낸다. 대한씨름협회 랭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태백급과 금강급 상위권 선수 16명을 참가자로 확정하고 이미 촬영에 돌입한 상태다.
씨름 예능의 등장은 전문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KBS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983년부터 민속씨름을 중계해온 유일한 방송사로서 최근 주목받는 씨름의 매력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씨름은 1980년대 시청률 50%를 넘어섰던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2000년 이후 점차 인기를 잃어가던 씨름은 최근 한 영상이 특히 주목받으면서 갑작스레 부상하기 시작했다. ‘제15회 학산배 전국 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콘텐츠가 그것이다. 이 영상은 현재 180만 조회 수를 넘어섰는데, 민속 스포츠이자 젊은 세대에게는 비인기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던 씨름 관련 콘텐츠로는 이례적인 화제성이다.
선수들의 근육질 몸매도 인기의 이유겠지만, 이들이 구현하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씨름 기술이 화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씨름의 희열도 사실상 거구들의 스포츠이자 백두급(현 140kg 이하)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기존의 천하장사 대회 콘셉트를 탈피했다. 경량급 선수들의 빠르고 날렵한 기술씨름을 통해 시선을 붙들겠다는 계획이다. KBS는 “실력과 매력을 동시에 갖춘 씨름 선수들의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주특기를 어필하고 기술씨름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