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인’ 넘지 않았다 판단… 트럼프 “곧 북한과 대화”

입력 2019-10-04 00:57 수정 2019-10-04 09: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은 곧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오는 4일 예비접촉을 거쳐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했지만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켜보자”며 “그들(북한)은 대화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곧 그들과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켜보자”고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SLBM 발사 후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SLBM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의미를 축소해온 단거리 미사일들과 달리 도발의 성격이 한층 강하고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한이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SLBM 발사에도 불구,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의 입장을 청취해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SLBM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핵 협상 재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SLBM 발사 자체에 대해서는 이날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포괄적 합의 먼저’ 입장과 북한의 ‘단계적 합의’ 입장 간에 간극이 좁혀질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98일 만에 열리는 이번 실무협상 무대에서 미국이 체제보장 및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면에서 유연한 입장을 내놓을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후 볼턴 전 보좌관의 과거 ‘리비아 모델’(선 핵 폐기-후 보상) 언급을 비난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하는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특히 북측이 미국 측의 ‘새로운 신호’를 언급함에 따라 그동안 표류해온 북미 간 대화 국면의 돌파구가 될만한 구체적 내용이 있는지가 주목된다.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경우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무협상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북측 대표 김명길 순회 대사는 3일(한국시간)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미(북미) 실무 협상을 하러 간다”면서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가고, 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유연성은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의 수준에 연계될 것이라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현재로서는 전망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적대 청산을 통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의지를 밝히며 북한의 잠재력을 거듭 언급하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비핵화해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