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홍콩 경찰이 시위에 나선 18세 고교생에게 실탄을 쏜 사건을 두고 홍콩 시위대가 격분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2일 밤과 3일 새벽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홍콩 내 중국 기업 점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날 밤부터 이날 고교생 피격 사건을 규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홍콩 시위대는 홍콩 내 중국 점포들을 습격했다. 전문가들은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자 중국이 강경 진압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실탄 사격을 ‘피의 빚’이라고 규정하며 고교생이 피해를 당한 지역인 췬완의 중국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부수고, 중국의 대표적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매장을 파손했다. 또 화염병과 벽돌, 보도블록을 던지고 지하철역도 점거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살포했다.
침묵시위도 눈길을 끌었다. 40~50대 중장년층으로 이뤄진 시위대는 ‘우리 아이들에게 총을 쏘지 마세요(Don't shoot our kids)’는 팻말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SCMP는 해당 시위가 진행된 거리에는 눈물을 터뜨리며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시위에서 경찰은 총 6발의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1발은 고교생에게, 나머지 5발은 경고사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경고 사격으로 알려진 5발 중 3발이 시위대를 향해 발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총알은 시위대를 비껴갔다. 홍콩 시위대는 피격된 고등학생 외에 추가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며 분노했다.
홍콩 경찰과 시위대의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홍콩 개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은밀하게 홍콩 주둔 인민군 숫자를 두 배 늘려 현재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리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2일 CNBC를 통해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종료됐다. 홍콩에서 폭력 시위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은 아주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프리사드 교수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홍콩에서 시위 분위기가 고조된 것은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했을 것”이라며 “중국은 충분히 참았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