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녀상 전시 재개소식에 항의전화 폭주 “하루 200통”

입력 2019-10-03 16:04
지난 8월 4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개막 사흘 만에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극우세력의 협박으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서 전시가 중단됐던 ‘평화의 소녀상’의 전시가 재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극우·우익을 중심으로 한 항의전화가 또 다시 폭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보조금 취소에 반발해 보조금 심사위원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일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 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5일 소녀상 전시 재개 방침을 표명한 후 항의전화가 하루 평균 약 20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지난 8월 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돼 주목받았지만 사흘 만에 전지 중단 사태를 맞았다. 일본 우익의 협박·항의, 정부 관계자들의 직간접적 압박이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내외 언론과 예술가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30일 아이치현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와 소녀상 전시를 기획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실행위원회는 전시 재개에 합의했다. 소녀상 전시는 이르면 6일 또는 8일에 재개돼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막을 내리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아이치현 정부에 따르면, 소녀상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전이 시작된 지난 8월 1주차에 하루 약 200~400건의 항의전화가 왔다.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이후에는 항의전화가 줄어 8월 중순부터는 하루 약 20~40건이었다. 하지만 전시 재개 방침이 표명된 이후 하루 110~200건의 항의전화가 현의 콜센터와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 사무국에 빗발치기 시작했다. 오무라 지사는 다만 항의전화로 인해 현의 업무에 특별한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예술제 보조금 심사위원이 일본 정부의 보조금 취소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이치 트리엔날레 보조금 지급 결정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노다 구니히로 돗토리대 특임교수가 “심사하는 의미가 없다”며 전날 일본 문화청에 위원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교부할 예정이던 지원금을 철회했다. 문화청은 보조금 취소 이유가 주최 측이 행사에 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노다 특임교수는 “구실을 덧붙인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녀상 전시 이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예술제 보조금 교부 중단을 시사하면서 일본 헌법 21조가 금지한 ‘검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다 특임교수는 “외부의 눈으로 심사해 (보조금을) 채택한 뒤에 문화청 내부에서 주지 않기로 결정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