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오면 배달 안 합니다”…착한 배달 꿈꾸는 정지용 대표

입력 2019-10-03 15:51 수정 2019-10-03 16:20
배달대행업체 '베테랑' 경기도 양평점 대표 정지용(32)씨가 3일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오토바이 ‘쇼바(완충기)’는 잘 갈았어?” “A업체 콜은 형님한테 넘길게.”

3일 배달대행업체 ‘베테랑’의 경기도 양평 지점. 정지용(32) 양평 지점장은 휴일에도 쉴틈없이 배달 기사(라이더)들과 통화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편 간이침대에서 곤히 쪽잠을 자고 있는 라이더들도 보였다. 정 지점장은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라이더들이 모두 퇴근하는 밤 12시쯤 집에 간다”며 “주 52시간은 나와 먼 얘기”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지점장은 지난 5일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리자 배달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려 화제가 된 인물이다. 당시 그를 포함한 일부 베테랑 지점장들은 라이더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시간 동안 배달을 중단했다. 정 지점장은 “상식적으로 너무 위험하니까 배달을 막은 것”이라며 “나도 직원들과 함께 배달 일을 하고 있기에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안다”고 했다.

정 지점장의 라이더 권리 보호를 위한 다음 목표는 배달 단가 인상이다. 배달대행업체는 계약을 맺은 개별 음식점에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라이더들을 보내고, 배달료 일부를 수수료로 뗀다. 정 지점장의 목표는 수수료 비율은 그대로 두고 배달 단가를 올려 라이더에게 돌아가는 금액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지점과 계약한 업체 수십곳을 설득해 배달료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다. 정 지점장은 “우리나라 최저시급은 매년 오르지만, 배달료의 경우 배달대행업체들의 무한경쟁 때문에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 시간에 3건 이상 배달해야 최저시급을 버는데, 이건 ‘베테랑 라이더’들이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배달료를 3200원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정 지점장은 배달업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라이더 안전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토바이 사고가 잦다는 이유로 보험료만 1년에 700만~800만원이어서 라이더들은 개인 보험을 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대부분 라이더들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기준 없이 라이더를 뽑는 배달대행업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지점장은 “만 18세 이상에 오토바이 면허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라이더가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배달기사 자격증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평=글·사진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