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 주말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영변+α’를 대가로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유사한 방안이 지난 7월 보도됐으나 당시 미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 6월 말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종전선언과 한미연합훈련 취소도 약속했다고 복스는 보도했다.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에 미국이 내놓을 협상안과 관련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 등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스는 이 제안이 위험하지만 합리적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는 북한이 당장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기 때문에 ‘검증 가능한 해체’ 제안은 합리적이고, 3년은 북한이 핵무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에 위험한 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복스는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미국 협상팀이 이를 협상의 시작점으로 삼아 북한의 반응을 볼 수도 있고 협상 개시 전에 제안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방안은 지난 7월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을 폐기하고 핵동결을 하면 미국이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12∼18개월 유예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국무부는 “잘못된 보도”라고 밝혔다. 이 방안에는 미국이 무게를 둬 온 비핵화 최종상태에 대한 정의와 로드맵 마련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복스는 이날 보도에서 협상을 잘 아는 소식통이라고 설명하고 소속 부처나 기관은 밝히지 않았다. 복스는 같은 보도에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이 있는 시험발사에 나선 배경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한 바 있다고 전했다.
복스는 “SLBM으로 보이는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한이 진전 부족에 화가 났다는 신호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지난 6월 판문점에서 종전선언 및 3차 정상회담 이후 수 주 내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약속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이 소규모로 진행된다고 여러 참모가 보고하자 이에 동의하고 훈련을 진행하도록 했다는 게 복스의 설명이다. ‘3차 정상회담’은 판문점 회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기자문답 형식으로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이때 약속을 어겼다는 ‘최고위급’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복스는 보도했다.
따라서 북한의 SLBM 추정체 발사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고 복스는 덧붙였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