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둘러싼 찬반 집회 동시에 열려

입력 2019-10-03 13:49
경북 봉화군 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와 주민 등 500여명이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및 폐쇄 시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 제공

대구경북환경운동연합과 주민 등 300여명이 2일 봉화읍 내성천 특설무대에서 ‘낙동강 식수원 오염 주범 영풍 석포제련소의 즉각 폐쇄’를 촉구하는 봉화군민 실천대회를 열고 있다. 영풍공대위 제공

“즉각 폐쇄하라” vs “탄압하지 말라”

낙동강 상류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를 둘러싼 찬반 집회가 2일 봉화에서 동시에 열려 관심을 모았다.

대구경북환경운동연합과 주민 등 3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봉화읍 내성천 특설무대에서 ‘낙동강 식수원 오염 주범 영풍 석포제련소의 즉각 폐쇄’를 촉구하는 봉화군민 실천대회를 개최했다.

또 같은 시각 직선거리로 300여m 떨어진 봉화읍 신시장에서는 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와 주민 등 500여명(경찰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석포제련소 120일 조업정지 및 폐쇄 시도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양 측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대규모 경력을 배치했지만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련소 폐쇄를 요구한 환경운동연합 등은 “영풍석포제련소가 토양오염 등 환경관련법 위반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조업정지 20일과 120일 처분을 받고도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청문절차 등을 이용해 시간을 끌면서 조업하고 있다”며 “영풍 측의 양심 없는 태도 때문에 봉화주민은 물론 1300만 영남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낙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 영풍제련소는 즉각 폐쇄하고 정부와 관계당국은 그동안의 각종 위법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처분과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최인화 부산맑은물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 상류에 이 같은 오염시설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다”면서 “영풍은 낙동강 상류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후에도 한해 10건이 넘는 법 위반을 자행하면서도 소송으로 행정처분을 미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위원장 김성배)은 “진짜 환경보호에는 관심 없는 환경단체는 필요 없다”며 “인구 2200명의 영풍제련소와 석포면이 사라지면 인구 3만의 봉화군도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풍을 빼야 ‘청정 봉화’라는데 제련소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지방소멸시대 유일하게 젊은이와 어린이가 살고 있는 석포면과 영풍제련소를 탄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박현국 경북도의원(봉화)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운명을 어느 정치적 단체나 특정 정부기관이 앞장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주민과 산업 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어 입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재일 봉화군의원도 “그나마 젊은이와 어린이가 살고 있는 봉화 내 기초지자체가 석포”라며 “함부로 폐쇄 여론을 주도해 주민들의 삶을 곤경으로 모는 것은 모두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철희 영풍석포제련소 노조위원장은 “제련소 현장에서는 환경감시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민생과 관련된 사안을 두고 석포주민과 전혀 관련이 없는 환경운동가들이 오염 논란을 정치화해 1300명의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120일 처분에 관한 청문회는 지난달 17일 경북도청에서 열렸다.

법학 전문가·석포제련소·경북도 관계자 등 12명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 측은 “지난 4월 환경부가 지적한 내용은 위법이 아니다”며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시설을 적법하게 운영했고 폐수는 낙동강으로 흘러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련소 측은 또 “폐수가 공장 바닥으로 넘쳐 흘러갔지만 이는 다시 모여 폐수 처리 시설로 옮겨졌다”며 “또 이중옹벽조는 ‘낙동강수계법’에도 규정하고 있는 수질오염사고방지시설과 동일한 목적의 시설로, 이중 옹벽 조의 물은 공정에 재사용하거나 폐수처리 시설로 나가기 때문에 이를 ‘폐수 불법 배출 행위’로 보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소명했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조업정지는 제련소에서 일하는 200여명의 노동자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조업을 120일 동안 정지하면 회사는 1조8000억원의 손해를 봐 운영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청문을 주재한 지역 전문가의 의견서를 받아본 뒤 이달 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