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잠수함미사일 고민에 빠진 美…비건, 북미대화 언급 안해

입력 2019-10-03 12:52 수정 2019-10-03 12:58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 행사에 참석했으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비건 대표는 워싱턴 주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5분 정도 축사를 했다. 그러나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비건 대표는 “우리는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외교적 계획에 착수했다”면서 “항구적이고 지속하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비건 대표는 국군의 날과 개천절을 맞은 한국인들과 국군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또 곧 이임하는 조윤제 주미대사에게도 덕담을 전했다.

비건 대표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북·미 실무협상 전망과 장소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멈춰 서 “한국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내 경력에 있어 대단한 기쁨 중 하나”라며 “일하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이날 행사에 축사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5일로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모종의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비건 대표의 신중함은 북한이 2일(한국시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SLBM이 잠수함으로 미 근해에서 발사되면 본토 타격이 가능한 무기이기 때문에 단거리 미사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성이 크다.

북·미 대화를 앞두고 SLBM을 발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미국이 고민에 빠진 이유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눈감아줬던 미국이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이어 북한에 협상 궤도를 벗어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번 SLBM 발사가 불쾌하지만 힘들게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을 좌초시킬 만큼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의 SLBM 발사로 북·미 대화 방정식은 더욱 꼬였다. 기선을 잡으려는 북한의 신경전에 미국에서도 강경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미측의 비건 대표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비핵화 진전이냐, 또 다른 위기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