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교생이 경찰에 권총 피격을 당한데 이어 지난 주말 시위 취재도중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은 인도네시아 여기자가 영구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홍콩 시위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수아라 홍콩 뉴스’의 인도네시아인 베비 메가 인다 기자가 경찰이 쏜 발사체에 오른쪽 눈을 맞았다. 인다 기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그의 법률 대리인인 마이클 비들러는 “부상당한 인다 기자의 오른쪽 눈은 영구 실명될 것이라고 의료진이 말했다”며 “그녀의 오른쪽 동공은 충격으로 파열됐으며, 영구 손상 비율은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비들러는 또 “제3자로부터 입수한 증거에 따르면 인다 기자의 눈을 멀게 한 발사체는 일부에서 추정한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이 아니라 고무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무총을 쏜 경찰관의 신원과 경찰이 당시 무슨 조치를 취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다 기자는 사고 당시 “헬멧과 고글, 프레스 조끼를 입고 다른 기자들과 육교 위에 서 있었는데, 한 기자가 ‘쏘지 말아요. 우린 언론인이에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며 “하지만 경찰은 발사했고, 날아온 물체에 맞아 쓰러졌다. 그후로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기자협회는 “기자들은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과 최루 스프레이를 맞는 등 시위 취재 과정에서 잇따라 경찰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다 기자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의 삶과 홍콩의 사회 이슈들을 다루는 수아라 홍콩 뉴스에서 일하고 있으며 2012년 홍콩으로 건너갔다.
홍콩 경찰은 린다 기자 사건과 관련 “당시 육교 위에는 기자들과 시위대가 섞여 있었고, 시위대는 화염병 2개를 육교 아래로 던져 경찰의 생명을 위협하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콩 시민 수천명은 2일 오후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 홍콩 정부청사 인근 타마르 공원 등 7곳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경찰의 고등학생 실탄 총격을 규탄하는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며, 차터가든 공원 주변으로 도심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송환법 반대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부르면서 최근 시위 사태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시민 1000여 명은 시위대 96명이 폭동죄로 기소돼 심리를 받는 웨스트카우룽 법원으로 몰려가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을 내고 “10월 1일은 정권이 실탄으로 학생을 진압하고, 홍콩인들을 철저히 적으로 선언한 날”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