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알려진 화성 사건 외에도 5명 더 죽였다”며 여죄를 자백했다. 이중 2건은 충북 청주에서 저질렀다고 했다. 당시 청주에서 어떤 미제사건이 발생했을까.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2일 언론브리핑에서 “미제사건 수사전담팀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9차례에 걸쳐 (이춘재에 대한)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며 “현재까지 모두 14건의 살인, 30여 건의 강간·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했다. 현재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백에 따르면 살인 5건 중 3건은 경기 화성·수원에서, 2건은 충북 청주에서 벌어졌다. 이춘재는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했다. 그는 늘 범행장소 인근에 있었다. 그가 적을 옮긴 건 결혼 이후다. 1991년 7월 결혼한 뒤 1993년 4월 아내의 고향인 청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1994년 1월 13일 청주 자신의 집에서 처제(당시 19)를 살해했다. 자백이 사실이라면 그는 처제를 살해하기 전 청주에서 2명을 더 살해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는 이사 전에도 청주에 자주 들렀는데, 추가 범행 2건은 이 기간에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 미제 5건 중 이춘재 범행있을까
이 무렵 청주에는 미제로 남은 살인사건과 강간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 미제 사건은 총 5건이다.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박모(당시 17)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입에는 속옷이 들어있었고, 양손은 뒤로 결박된 상태였다. 경찰은 박양이 전날 집에 가던 중 괴한에게 성폭행·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경찰은 3개월 뒤 수사 결과를 종합해 박모(당시 19)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하루 전날인 26일 오후 8시쯤에는 이 공사장에서 마을 주민 김모(당시 32)씨가 귀가하던 중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하수관로로 끌려가 스타킹으로 손발을 묶인 사건도 있었다. 현금과 반지 등을 빼앗겼으나 가까스로 달아났다.
같은 해 청주시 남주동에서 부녀자가 피살된 사건도 있었다.
이듬해인 1992년 4월 18일에는 청주시 봉명동에서 30대 여성이 식당 주차장에 살해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즉시 수사본부를 꾸리고 형사 27명을 투입했으나 미제로 남았다.
같은 달 23일에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청주시 강내면 학천교 경부고속도로 공사장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40㎝ 깊이의 땅 속에 묻혀 있었고, 양손은 스타킹으로 결박돼 있었다. 경찰은 여성이 3~4개월 전 살해된 것으로 보고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여성의 신분도 특정하지 못했다.
두 달 뒤인 1992년 6월 24일에는 청주시 복대동에서 20대 가정주부 이모(당시 28)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의가 벗겨진 채 전화기 줄에 묶여 있었다. 이춘재가 살던 복대동 집에서 직선거리로 400m 떨어진 곳이다. 당시 목격자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사건 현장에서 봤다고 진술했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