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화성 살인 장소 묻자 그림 그려가며 자백 [일문일답]

입력 2019-10-02 16:50 수정 2019-10-02 17:36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살인 9건 외에 총 살인 14건과 강간·강간미수 범행 30여 건을 털어놨다. 이춘재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2일 언론브리핑에서 “미제사건 수사전담팀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9차례에 걸쳐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며 “현재까지 모두 14건의 살인, 30여 건의 강간·강간미수 범행을 자백했다. 현재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범행) 장소를 그림을 그려가면서 (자백)했다”며 “독방에 수감돼 있어 자신과 관련한 뉴스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 2부장의 언론브리핑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화성사건 9건 외 나머지 5건은 화성에서 3건, 청주에서 2건이 맞나요.
“오래 전에 있던 일을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다 보니 일시·장소·행위에 편차가 있습니다. 세부적인 사건 내용이나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라 답변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부터 자백하기 시작했나요, 자백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백 계기는 프로파일러와 라포가 형성된 상태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제시한 것이 자백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심경 변화를 느껴 자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인사건 14건 가운데 9건은 화성사건, 5건은 경기 지역인가요.
“자백 내용의 신빙성 확인 단계라 밝히기 어렵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백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나요.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DNA 분석 결과는 4, 5, 7, 9차 어떤 증거물에서 나온 것인가요.
“구체적인 증거물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구두로 통보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임의성 있는 진술을 하는 상태라 신뢰성이 있는지 확인 중입니다. 본인이 구체적으로 ‘살인 몇 번, 강간 몇 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개별적인 사건으로 말한 것인가요, 살인 14건·강간 30여 건으로 진술한 것인가요.
“살인과 강간 부분에 대해 (각각) 몇 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별적 사건에 대해서도 진술을 하고 있지만 오래된 일이고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사건마다 기억하는 일시, 장소, 행위 등이 편차가 있습니다.”

-자백 태도는 어땠나요.
“신빙성에 대해 충분하게 확인한 뒤 추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범행 지역은 어디인가요.
“수사 지역 범위(화성, 수원, 청주)입니다.”

-30여 차례 강간사건 피해자나 목격자가 있을 텐데 사건이 특정됐나요.
“현재는 본인이 자백 진술을 한 단계입니다. 개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사건 기록이라든지 신빙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어떻게 장기간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요.
“그 부분에 대해 진술을 받거나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나요.
“공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용의자 혈액형 관련 증거물 분석이 다시 진행됐나요.
“DNA에서 혈액형이 B형으로 다르게 나온 것은 수사할 예정입니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접촉 중인가요.
“살인 관련 목격자나 강간 관련 피해자, 제보자 일부를 만나 조사했습니다.”

-강간 30여 건 용의자가 이춘재와 일치하나요.
“현재까지는 본인 진술 내용이고,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범행 동기는 밝혔나요.
“정확히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범행 동기를 말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습니다. 수사를 마친 뒤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범행 발생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인가요.
“군 제대(1986년)후부터 충북 청주 처제 살인 사건으로 검거(1994년)되기 전까지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일시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억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억 못하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파악한 부분은 있나요.
“지속해서 본인의 구체적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유사 사건의 관련성 등을 계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입니다.”

-(자백을 얻고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형사과장을 홍보담당으로 언론창구를 단일화해왔습니다. 이제까지 부인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포 형성 뒤 자백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요.
“라포는 대상자와 프로파일러 사이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상태입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 라포가 형성됐습니다.”

-법최면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법최면 전문가를 접견에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최면 전문가와 프로파일러는 다릅니다. 법최면은 오래된 과거 기억이 훼손됐거나 오류에 빠졌을 경우 법최면을 통해 기억을 다시 회상시켜내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파일러는 대상자와 충분한 면담을 통해 신뢰관계를 쌓아 대상자의 자백을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수사 접견에는 법최면 전문가를 활용하지 않았고, 자백을 이끈 과정에서 법최면 전문가 수사 결과를 활용한 적도 없습니다. 법최면은 피해자와 목격자 등 2명에 대해 실시했습니다.”

-4, 5, 7, 9차 DNA에서 다른 인물의 DNA가 검출된 것이 있나요.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대상자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만 받았습니다.”

-(자백한) 강간 사건에서도 DNA를 확보했었나요.
“지금은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는 단계고, 사건이 특정된 이후 관련 증거물 분석 등 필요한 절차를 할 예정입니다.”

-(자백한) 사건 가운데 기록이 없는 사건도 많나요.
“진술 부분에 대해 사건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너무 앞서나간 감이 있다. 사건을 특정해야 수사기록을 확인한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백했다는 추측이 있던데 (이춘재가) 요구한 것도 있나요.
“자백 과정이나 면담 내용은 말하기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춘재는 언론 보도 사실을 알고 있나요.
“현재까지 독방에서 언론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끝났는데 어떻게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인가요.
“1차적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 모든 사건에 대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종결할지 법률 검토에 대해 수사본부 법률검토팀과 외부 학자, 법률전문가 등 자문위원을 선정해 자문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자문 결과를 참고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입니다.”

-살인 14건에 청주 처제 살인사건이 포함되나요.
“제외됐습니다.”

-외부 자문 위원은 몇명으로 구성됐나요.
“6명의 외부 법률자문위원을 형성했다. 교수 3명, 법률자문가 3명이다.”

-(강간) 사건 30여건은 대상자 본인 기억에 의존해 말한 것인가요. 기록을 작성했나요.
“장소 부분을 얘기하면서 본인이 진술한 것입니다. 일부는 그림을 그려가면서 (자백)한 것도 있습니다.”

-이춘재가 가족, 지인과 면회나 전화 등 접촉한 적이 있나요.
“교도소 측에 제한을 요청해서 접촉이 없던 것으로 압니다. 수사 접견 초기부터 제한을 요청했습니다.”

-피의자로 전환할 예정인가요.
“법률 자문위원들의 자문 결과 등을 참고해 결정할 것입니다. 지금은 피의자 신분은 아닙니다. ”

-자백이 나왔는데도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확인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아직 감정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자백이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라 확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확인된 범죄에 대한 수사 기록이 남아 있긴 한가요.
“검토 중입니다.”

-앞으로도 접견을 할 예정인가요.
“본인이 진술하도록 계속해서 대상자 접견을 할 예정입니다.”

-이춘재가 가석방 특별심사 대상에 올랐던 것은 사실인가요.
“그 부분은 경찰 소관 업무가 아닙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