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궁지몰린 트럼프측… 출석거부·워터게이트 출신 변호인 선임

입력 2019-10-02 16: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제74회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유엔본부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당시 대선 맞수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통화 녹취록 공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

미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조사에 속도를 올리고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등 우크라이나발 탄핵정국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실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 하원의 국무부 관계자 소환요구를 거부하며 탄핵조사 지연을 시도했지만, 국무부 감찰관이 의회에 긴급브리핑을 요청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격인 핵심인물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는 ‘워터게이트’ 수사 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며 방어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을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거센 반발을 이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현지시간) 민주당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국무부 관료 5명을 출석시키라는 의회의 요청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미 하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무부 관리 5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전문가들을 협박하고 괴롭히고 부당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나는 그런 전술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탄핵정국을 반전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의 하원 외교위·정보위·정부감독개혁위원회 위원장들은 “폼페이오가 국무부 직원들이 나서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하지만 국무부 감찰관이 의회에 긴급브리핑을 요청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은 2일 오후 일부 상하원 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긴급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미국 ABC뉴스,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국무부 감찰관은 국무부 내부를 감찰하는 감시 기관으로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감독체계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내용이 나올 수 있다. 한 의회 보좌관은 “이 요청은 매우 이례적이며 비밀스러운 단어”라고 CNN에 말했다.

브리핑은 리닉 감찰관의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부사항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ABC뉴스는 브리핑이 국무부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법률고문실 문서와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줄리아니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진행 중인 미 하원은 전날 수사외압 대리인으로 간주되는 줄리아니에게 핵심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줄라아니의 변호인은 존 세일 전직 연방검사 보좌관 및 플로리다주 검사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특별수사팀에 근무했다. 줄라아니는 “진정한 조사와 정치적으로 조작된 더러운 술수를 구분할 줄 아는 훌륭한 변호사와 일하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세일 전 검사는 줄리아니와는 뉴욕대 로스쿨 동기로 가까운 친구라며 변호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줄리아니가 하원의 소환에 응할지에 대해서는 “매우 복잡한 일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의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트위터에 “지금 벌어지는 일은 탄핵이 아니라 쿠데타(coup)”라며 “시민의 힘과 투표권·자유·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지의 자유)·종교·군대·국경장벽 그리고 미국 시민으로서 누리는 천부인권을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