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민주당, ‘우크라이나 스캔들’ 증인 소환 두고 격돌… 트럼프 탄핵 전초전

입력 2019-10-02 16: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 절차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싸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민주당이 정면충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을 잘 아는 전·현직 외교관 5명을 의회에 출석시키라는 민주당의 요구가 ‘협박 행위’라며 거부했다. 탄핵 절차를 둘러싸고 양측이 앞으로 벌일 장기전의 양상을 짐작케 하는 전초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외교관 5명을 출석토록 하라는 외교위원회의 요구는 훌륭한 국무부 직원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며 부당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어 우려스럽다”며 “나는 이런 전술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헌신적인 국무부 공무원을 협박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엥걸 위원장과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감독개혁위원장 등 3개 상임위 위원장은 국무부 증인을 협박한 건 폼페이오 장관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이것이 사실일 경우 폼페이오 장관도 사실상 하원 탄핵 조사의 증인에 해당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국무부 증인들에 대한 협박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하원 외교위와 정보위, 정부감독개혁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개시됨에 따라 국무부 관리 5명에게 의회에 출석해 진술하라고 지난달 27일 요청했다. 이들 5명은 논란의 핵심인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를 직접 들었거나 내용을 잘 알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이다.

다만 국무부 관리 5명 중 일부는 의회 증언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증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볼커 전 대표는 3일, 요바노비치 대사는 11일 출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켄트 국무부 부차관보와 울리히 브레히뷜 국무부 고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등 나머지 3명의 의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이 2일 오후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을 소집해 관심을 끌었다. 국무부 감찰관은 조직 내 직권남용과 업무과실 등을 조사하는 부서로서 국무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리닉 감찰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9월부터 재임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리닉 감찰관이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사안과 관련해 국무부 법률고문실이 작성한 문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리핑은 의사당 내 보안구역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진영 사이의 감정싸움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두고 트위터에 “지금 벌어지는 일은 탄핵이 아니라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탄핵으로도 부족하다. 그는 수감돼야 하며 독방에 갇혀야 한다”면서 “다만 지금으로서는 탄핵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