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수사 외압…민주당, 결국 檢 피의사실 공표로 고발

입력 2019-10-02 16:18 수정 2019-10-02 17:35
조국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와 출근하고 있다. 2019.10.2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수사팀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행정부 소속 공무원을 고발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수사에 대한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일 오후 4시30분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검찰 관계자를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구체적인 고발 요지는 “지난 8월부터 조 장관 등에 대한 70여 곳 압수수색 과정에서 얻게 된 피의사실을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 및 언론에 누설 및 공표하는 방법으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 및 피의사실을 공표하였다”는 것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가운데)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와 검찰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2019.10.2 saba@yna.co.kr/2019-10-02 16:55:11/

민주당은 그간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린 뒤 이를 언론이 받아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수사팀 고발을 검토했었지만 당내 반발이 적지 않아 한발 물러섰다. 당시 송영길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인데 (이를 고발한다는 것은) 집권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격 고발 카드를 꺼낸 이유는 ‘수사 흔들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한다. 정 교수에 대한 직접 조사 등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가 고발을 결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전날 밤 웅동학원 채용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조 장관 동생 턱밑까지 온 데 대해서도 위기감을 느꼈다는 시각도 많다. 구속된 A씨는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들의 부모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이를 조 장관 동생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2 kjhpress@yna.co.kr/2019-10-02 09:02:31/

고발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점은 위 분석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그간 여권이 제기한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해왔다. 민주당은 검찰에 검찰 관계자를 고발했는데 그간 의혹을 부인해온 검찰이 소속 검사를 수사해 처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언론에 피의사실을 누설한 검사가 누군지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피의사실 공표죄(형법 126조)는 사문화된 법이다. 법이 만들어진 이후 이 혐의로 처벌을 받은 경찰이나 검사는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그간 자체 조사를 거쳐 피의사실 공표 사실이 없다고 해왔는데 수사가 이뤄지겠느냐”며 “민주당은 ‘고발쇼’로 검찰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집권 여당이 피의사실 공표로 정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는데, 이때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사례가 한 번 있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결정에 대해 반발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확실히 이번 결정의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당에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