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이자 심리상담분석가인 이호선씨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가 범행 사실을 자백한 이유가 “범죄 역사에 영웅으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춘재가 아홉 차례 대면 조사 끝에 과거 범죄 행위를 자백한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는 “이춘재는 과거 연쇄살인을 저질렀을 때 사람들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적 전능감과 성적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아무것도 못 하는 경찰의 무력감을 보면서 얼마나 쾌감을 느꼈겠나”라며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뒤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춘재가 화성에서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사건들은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본인이 범죄 역사에 새로운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이춘재 심경 변화의 핵심은 외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공소시효가 지나서 자백해도 형량에 대한 영향이 크게 없을 수 있다거나 이제는 가석방이 거의 불가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백은 신빙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만약 반대되는 정황들이 나오면 허위자백이다”라며 “이춘재가 자백한 내용 중 연령대, 환경, 범행도구 등이 수사기록과 유사하거나 일치해야 한다. 자백과 수사기록 등을 대조해보는 작업이 좀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최근 경찰에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사건 9건과 다른 범행 5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자백한 화성 사건 외 범행은 연쇄살인사건을 전후해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3건, 그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범행 자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진술 신빙성 확인을 위해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해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