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범죄의 끝은? 자백 어디까지 믿어야?

입력 2019-10-02 14:33

10차에 걸쳐 참혹하게 벌어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씨가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를 제외한 9차에 걸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지난 주부터 한번 입이 열린 이씨는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화성 근처에서 3건과 청주에서 2건(처제 살인은 제외) 등으로 추정되는 5건의 살인 자백과 함께 30여건에 이르는 강간과 강간미수 범해에 대해서도 실토했다. 특히 특정 범행은 장소와 관련한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부인으로 일관하던 이씨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백을 하는데 대해 경찰은 프로파일러와 ‘라포르’(신뢰관계)가 형성되고, 5·7·9차에서 나온 DNA 일치로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이씨의 구체적인 자백이 있는 사건은 당시 수사기록을 찾아 대조하는 등 신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2일 브리핑을 열고 “미제사건 전담수사팀과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 용의자에 대해 9차례에 걸쳐 대면조사를 진행해 14건의 살인 및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나선 반기수 수사본부장(경무관)은 “자백내용이 초기단계이고 구체적 사건의 기억이 단편적이고 사건에 따라 범행일시, 장소, 행위 등이 편차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며 “용의자 진술의 신빙성 확인을 위해 당시 수사 기록과 관련증거, 그리고 사건관계자를 상대로 면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화성연쇄살인 사건외에 추가로 이씨가 자백한 5건의 살인사건 발생 장소와 일시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다만 이들 사건 중 화성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5건의 추가 살인, 그리고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순수히 실토하자 오히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 본부장은 “임의성 있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이해해달라”면서 “살인과 강간 부분에 대해 몇 건이고,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진술하고 있으나 오래된 일이고 본인도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사건마다 기억하는 일시, 장소 등에 편차가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의 자백이 자발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반 본부장은 “라포르가 형성된 상황에서 용의자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경찰이 어떤 자료를 보여줘서 자백을 끌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입을 열고 있다.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자백 과정에서 범행동기를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빙성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기를 말하는 건 성급하다”라고, 공범이 있을 가능성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추가적인 자백을 듣기 위해 계속 접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의 편의를 위해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경기남부경찰청과 가까운 교도소로 이감에 대해서는 “자체 판단하기를 대상자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 그걸 고려해서 법무부에 이감 요청한 사실 없다”면서도 “향후 필요할 때 검토하겠다”고 이감 여지를 뒀다.

최근 이뤄진 4차 사건 증거물은 피해자의 속옷은 물론 다른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와 대면조사에서 4차 사건에서도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자백을 이끌어냈다.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3차 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로 전해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10차례의 사건을 말한다. 이 가운데 8차 사건은 모방범죄로 드러나고 범인도 검거됐다.

이씨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