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86세대 도덕적 기반 유실… 검찰 수사 진정성 평가해야”

입력 2019-10-02 14:32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뉴시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가슴 아프게 말한다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도덕적 기반이 유실되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조국 사태’를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86세대가 80년대 이후 민주화 과정을 이끌어 나간 것은 맞다. 다만 조국 사태를 기화로 그 동력이 소진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가 진보진영의 분화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이른바 ‘조국 정국’이 시작될 때부터 ‘진보진영이 내분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결국 현실화됐다”면서 “‘양심이나 위선의 문제일 수 있다’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말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2주년 맞아 적폐청산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들여다보면 전부 다 낙제점이다”라며 “또 나는 전부터 조 장관 관련해서 ‘이 분은 부적격이다’라고 말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안 하나. 위선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조국’이란 이름을 지우면 우리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그를 (장관으로) 받아들였겠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조국이 범법자냐’는 질문이 돌아온다”며 “우리가 언제부터 범법행위를 기초로 장관 후보자를 판단했나”라고 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시민사회가 앞으로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우리는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기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눈빛은 재벌과 권력을 향해야 한다”며 “주제넘게 얘기하자면, 시민사회, 시민단체, 권력, 회원과의 관계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와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장관 비리 의혹에 침묵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 리더들을 향해 “이 위선자 놈들아, 구역질 난다” 등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글이 논란이 되면서 참여연대는 그 다음달 김 전 위원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징계 문제와 관련해 “진보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면서 개인의 사적공간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로 탈퇴를 말하니 한심하다”며 “참여연대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선례를 남긴 게 참여연대에 오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황우석 사태 이상이다. 어떤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내가 참여연대 교수 몇 명을 상대로 아무리 ‘자금 흐름이 불분명하다’고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더라. 이런 식이면 검찰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소용없지 않나. 우리가 딛고 있는 기반과 사회적 성과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회의가 들었다”고 토로했다.

조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조 장관 사태 이전부터 사모펀드를 이용한 증권 LBO(차입매수), 주가조작 등을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검찰은 잘 수사하고 있다. 과거 검찰이 이렇게까지 수사한 적이 없고, 많은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 진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