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서울시 화장실 협조 요청 없었다, 불쾌해”

입력 2019-10-02 14:27 수정 2019-10-02 14:44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초구청장과 당이 달라 촛불문화제 화장실 설치 협조가 잘 안 됐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서초구청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초구청은 서울시로부터 단 한 번도 화장실 설치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9월 28일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서초구청이 화장실 설치 협조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발언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그러나 서울시가 화장실 설치와 관련해 단 한 번도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튜브 캡처

서초구청 관계자 A씨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시장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 서울시는 우리 구청에 단 한 번도 화장실 설치 협조를 한 적이 없다”면서 “시장님이 얼토당토 않은 말씀을 공개적으로 하셨다”고 밝혔다.

A씨는 또 “대규모 집회로 이동식 화장실이 필요한 경우 서울시에서 직접 설치할 수 있는데도 서울시장은 마치 서초구청장이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화장실 설치 요청을 거부한 것처럼 책임을 떠 넘겼다”면서 “이로 인해 서초구청 홈페이지 등에 시민들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우리로선 매우 불쾌하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제7차 촛불문화제 이전 서초구청에 화장실 설치 협조를 요청한 적이 없고 거리청소를 해달라는 협조 요청만 보냈다고 한다. A씨는 “서초구에선 28일 서리풀 축제 마무리 청소를 한 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의 현장에서도 청소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1일 오전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화장실 문제가 있지만 이게 관할 구역이 있다”면서 “서초구청장과 잘 협조가 안 된다. 당이 다르다. 안전과 소변 문제 해결에 서울시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박 시장의 발언이 나오자 서초구청의 인터넷 사이트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서초역과 교대역 인근에 수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여했는데 구청장으로서 화장실 정도는 확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스스로 일 잘한다고 자랑하기 전에 정당이나 정치적 지향을 더나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화장실 설치 협조를 하지 않았던 서울시는 2일에야 서초구청에 화장실 관련 협조문을 처음으로 보내왔다고 한다.

서초구청은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촛불문화제 당시 서울시에서 거리청소에 대한 협조만 해왔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서초구청 제공

서초구청이 공개한 협조 요청 문서를 보면 서울시는 ▲집회장소 주변 건물의 화장실 개방 협조요청 ▲개방 화장실 파악 및 위치안내도 제작 등을 서초구청에 요청했다.

A씨는 “오늘 오후 서울시 담당 과장이 서초구청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한다고 알려왔다”면서 “사랑의교회 시설물 개방 문제 등에 우리 구청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